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미니팹 배치도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미니팹 배치도 [출처=산업통상자원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와 국내 계엄령 이슈 등으로 인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부정적인 수급 환경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각)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수출 금지를 골자로 하는 ‘중국의 군사용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 제한을 위한 수출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다. 인공지능(AI) 가속기를 가동하는 데에 필수품으로 꼽히면서 관련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정부의 소위 '중국 때리기'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AI 기술 발전 견제를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 가동에 쓰이는 반도체를 대중국 제재 대상에 올린 바 있다.

이번 방안을 통해 첨단 노드 직접회로(IC) 24종, 소프트웨어 3종의 수출을 금지하고, 중국 반도체 기업 140여 곳도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눈 여겨볼 점은 미국 정부의 이번 대중국 수출 통제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이 포함됐다면 타국에서 제조한 제품이라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제조하는 한국산 HBM의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HBM 수출통제가 오는 31일부터 적용되면 중국에 HBM 일부를 수출 중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소부장 업체들 역시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지난 3일 갑작스럽게 선포된 비상 계엄령의 후폭풍도 대내외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김민경 하나증권리서치센터 연구원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부정적 수급 환경이 심화되고 있다"며 "미국 상무부가 새로운 대중국 수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반도체 제조장비 24종, 반도체 소프트웨어 3종 및 HBM에 대한 규제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2월 3일에는 비상 계엄령 선포가 됐고 6시간 만에 계엄은 해제됐으나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환율 상승과 부정적인 수급 환경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반도체 소부장 비관론을 꺼내들기엔 다소 무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AI 필수품인 HBM 시장에서 국내 소부장 업체들의 존재감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부장 업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비메모리보다는 메모리에 노출이 크다는 측면에서 AI는 아직까지 간접 수혜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또 "HBM이 AI 가속기 성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부가가치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소부장 관점에서는 관련 수혜 업체는 제한적이고 이마저도 국내외로 다변화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소부장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환경이 변화하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업계의 오랜 숙원인 실증 테스트베드를 신설한 점은 긍정적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8일 개최된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첨단반도체 양산연계형 미니팹 기반구축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약 1조원 규모의 ‘첨단반도체 테스트베드·트리니티 팹’을 내년부터 본격 구축하기로 했다. 미니팹은 정부, SK하이닉스, 지자체 투자를 바탕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약 1조원 규모로 구축한다. 향후 소부장 기업을 위한 첨단반도체 테스트베드로 사용될 예정이다.

임소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 소부장 기업들에게는 각자 기술 개발에 힘쓰라고만 할 수는 없는 형국"이라며 "대형칩 제조사들과 정부 기관들의 지원과 협력이 필수가 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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