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증시가 급격하게 위축됐음에도 강세를 보였던 증권주가 연초 증시 반등에는 오히려 주춤한 모습이다.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이렇다 할 호재도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작년 4분기 실적 발표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3.86%, 코스닥 지수는 5.91%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KRX 증권 지수는 1.83%, 코스피 증권 지수는 0.72% 상승에 그쳤다.
지난해 코스피(-9.63%), 코스닥(-21.74%) 지수가 글로벌 꼴찌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동안 KRX 증권(11.92%)·코스피 증권(13.04%) 지수가 강세를 보인 것과는 반대의 흐름이다.
통상 증권주는 증시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증시가 호황일수록 거래가 증가하고 이는 증권사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금융·증권·보험주에 호재로 작용했다.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해외주식 거래도 증권주 상승 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연초 증시와 증권주의 온도차는 지난해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국내 대표 지수는 작년에 급락하면서 가격적인 부분에서 매력이 높은 상황이지만, 지난해 상승폭이 컸던 만큼 매수세 유입이 제한적이었다. 또 연초 매수세가 CES 2025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힘입은 반도체, 바이오 등 일부 업종에 집중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연초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도 증권업종 투심 약화로 이어졌다. 미국 트럼프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데다 금리 인하 속도 조절도 예상되고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도 여전히 제거되지 않았다. 높은 수준의 원·달러 환율이 유지되면서 외국인 수급 공백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확실성에도 올해 증권업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작년 4분기 실적이 긍정적으로 발표되면서 증권주가 다시금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KB증권은 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 5개사의 작년 4분기 합산 순이익이 93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전망치도 7.3%나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해외주식수수료 기여도 확대와 우려보다 낮은 충당금 부담이 컨센서스 상회로 이어질 것”이라며 “현재 증권업종 주가는 여러 가지 부정적 요소가 반영된 수준이라는 점에서 향후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구간에 진입하면 다른 업종 대비 빠른 밸류에이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 발행어음·IMA 등 증권사의 수신 기반 확대 등에 따른 성장 모멘텀이 존재하고 대체거래소 출범 이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거래량과 수수료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4분기 호실적은 배당에 대한 기대감 유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의 경우 12월이 배당기준일이지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은 3월 말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업가치제고 계획 공시를 통해 미래에셋증권은 주주환원성향 35% 이상, NH투자증권은 상시 기본배당 500원에 사업성과를 고려한 추가배당을 발표한 바 있다.
우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월 달에 발표될 4분기 실적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라며 “2월 실적발표에서 증권사들은 DPS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실적발표까지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NH투자증권을 보수적 관점에서 최선호주로 제시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