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2년차를 맞은 김기현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상장지수펀드(ETF) 리브랜딩을 통해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취임 첫해 ETF 사업에 힘을 실었지만 뚜렷한 성과 개선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분위기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이날 ETF 브랜드 이름을을 패시브 'KOSEF'와 액티브 '히어로즈'에서 통합 'KIWOOM'으로 교체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이 ETF 브랜드를 바꾼 것은 2002년 10월 14일 국내 최초 ETF 'KOSEF 200' 출시 이후 처음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이 22년 3개월 만에 ETF 리브랜딩에 나선 것은 최근 몇 년 간 ETF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ETF 시장 지배력이 점차 약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산운용사들은 연이어 ETF 간판을 바꿔 달면서 투자자 이목을 끌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힘쓰고 있다. 2021년 신한자산운용이 SMART에서 SOL로 브랜드명을 바꾸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듬해 KINDEX에서 ACE로 리브랜딩했다. 지난해에는 KB자산운용(KBSTAR→RISE), 하나자산운용(KTOP→1Q), 한화자산운용(ARIRANG→PLUS), 우리자산운용(WOORI→WON)이 ETF 새간판을 내세웠다.
이 기간 키움투자자산운용의 ETF 시장점유율은 점차 하락했다. 2021년 초 3.29%였던 점유율은 2022년 초 2.74%, 2023년 초 2.30%, 2024년 초 2.25%를 기록했다. 올해 1월 13일 기준 점유율은 2.12%까지 밀렸다.
김 대표 취임 후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217억원, 1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16%, 5.19% 개선하는 데 성공했지만, 김 대표 선임 당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와는 오히려 멀어진 셈이다.
김 대표도 지난해 ETF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ETF 마케팅팀, 컨설팅팀, 운용팀을 ETF 사업부로 한 데 모으는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이보다 더 큰 폭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국내 ETF 시장이 치열한 경쟁 속에 역동적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ETF 브랜드 인지도 확대와 상품 경쟁력 강화, 마케팅 활동 결집을 위한 새로운 분기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올해를 큰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더 많은 투자자들의 장기적 자산증식을 돕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키움투자자산운용은 ETF 리브랜딩과 함께 개인투자자 확대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전통적으로 채권 명가로 불리며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이 활발해지면서 주 고객층 확장이 필요해졌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키움'이라는 브랜드를 적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테마형 상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업계 최초로 미국양자컴퓨팅 ETF를 선보였고 글로벌전력GRID인프라, K-2차전지북미공급망, K-반도체북미공급망, 미국블록버스터바이오테크의약품+ 등 성장성이 높은 산업에 투자하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다만 리브랜딩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앞서 ETF 리브랜딩을 실시했던 운용사들도 브랜드 변경의 효과를 체감하기까지 1년 이상 걸렸다. 키움이라는 막강한 브랜드 파워가 있지만, ETF 투자자들이 단순히 브랜드만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 수요에 맞는 적절한 신규 상품과 마케팅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새로운 ETF 브랜드명 변경에 따른 목표 시장점유율을 현재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점유율 목표치를 언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브랜드로 회사 이름을 내세운 만큼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으로 삼고 좋은 상품을 선보이고 마케팅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