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그린 SK하이닉스 지난해 실적 이미지 [출처=챗GPT]
챗GPT가 그린 SK하이닉스 지난해 실적 이미지 [출처=챗GPT]

SK하이닉스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하면서 사실상 '분기 기준 국내 영업이익 1위' 타이틀을 목전에 두게 됐다. 인공지능(AI) 시장 큰 손인 미국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독점 공급하면서 관련 매출을 꾸준하게 늘려간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액으로 각각 8조210억원과 19조700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망치대로라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1분기 만에 재차 달성하는 것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매출액 17조5731억원과 순이익 5조753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이변이 없는 한 또 다른 역대급 '타이틀'도 다수 얻게 된다. 작년 4분기 8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경우, 분기 기준 국내 영업이익 1위 기업에 등극하게 된다. 수십 년간 선두를 지켜오던 삼성전자의 철옹성을 깨뜨리게 되는 셈이다.

연간으로도 역대급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으로 23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경우 지난 2018년 SK하이닉스 거둔 역대급 성적표를 뛰어넘게 된다. 2018년은 반도체 산업의 손꼽히는 슈퍼 호황기로 당시 SK하이닉스는 20조843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바 있다.

SK하이닉스의 실적이 고공행진 한 배경에는 'HBM'이 있다. HBM은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 형태로 구현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다. AI처럼 수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데 쓰이면서 'AI 반도체' 기술의 핵심 부품으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이후 관련 시장을 선도 중이다. 

특히 미국 엔비디아에게 자사 제품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면서 전 세계 HBM 시장에서 53%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80%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이른바 'HBM 큰손'으로 불린다.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HBM 비중이 늘어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 매출(약 65조~66조원 예상) 가운데 20% 이상이 HBM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HBM 매출 비중은 올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올해 SK하이닉스의 HBM 평균 매출이 전년도 12조1180억원 대비 두 배 가량 늘어난 25조4155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D램 매출이 54조9253억원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46.3%) 가량의 매출이 HBM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PC, 스마트폰 업황은 부진하지만 서버용 고부가 반도체 수요가 늘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업체 중 가장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실적은 역대 최대치를 재차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HBM과 D램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가져가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HBM의 경우 지난해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을 업계 최초로 양산하고 이를 엔비디아에 공급하면서 기술력 우위를 입증했다. 최근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서 HBM3E 16단의 실물을 공개하며 앞서가는 기술력을 자랑했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11월 개발을 공식화한 제품이다.

주력인 D램 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르면 다음달 10나노급 6세대(1c) 미세공정을 적용한 D램을 세계 최초로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6세대를 적용한 16Gb(기가비트) DDR5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양산 체제까지 순항 중이다. 향후 7세대 HBM인 HBM4E 등에 6세대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당분간 HBM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사들의 HBM 시장 진입이 지연되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8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믹스 개선이 경기 방어력을 증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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