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로고 [출처=연합]
딥시크 로고 [출처=연합]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깜짝 등장에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업계를 둘러싼 충격이 주식시장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중국이 저비용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했다는 소식에 그동안 AI 개발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던 미국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AI 관련 오픈소스의 커뮤니티 중심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2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는 작년 말 대형언어모델(LLM) 'V3'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 20일(현지시각) 복잡한 추론 문제에 특화한 AI 모델 'R1'을 새롭게 공개했다.

딥시크의 AI 모델이 챗GPT 등과 비슷한 성능을 선보이는 데다 V3 모델에 투입된 개발 비용이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원)에 그쳤다는 소식에 미국 정부와 빅테크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딥시크가 V3 모델에 이어 내놓은 AI 추론 특화 모델 'R1'의 경우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오픈 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o1'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딥시크의 기술보고서를 보면 R1은 미국 수학경시대회(AIME 2024) 문제를 푸는 테스트에서 79.8%의 정확도를 기록, o1(79.2%) 보다 뛰어난 성능을 입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딥시크가 오픈AI와 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업보다 첨단 칩을 적게 사용한 점에 주목했다. 경쟁력 있는 챗봇을 만들어 미국의 AI칩 수출 규제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거대 기술기업 메타가 최신 AI 기술을 구축하는 데 지출한 비용의 약 10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중국의 딥시크가 미국의 빅테크보다 경쟁력 있는 챗봇을 출시한 것에 대해 주목했다.

그는 "바라건대 미국의 산업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일부 기업은 더 빠르고 훨씬 저렴한 인공지능 방법을 개발하기를 원한다"며 "그렇게 되면 돈을 많이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현지 기업인들도 딥시크에 대한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업계 주요 인사들 역시 딥시크의 새 AI 모델이 AI 분야 혁신을 이끌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투자가인 마크 앤드리슨은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딥시크 R1은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혁신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딥시크 R1은 AI 분야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딥시크-V3, 창업자 량원펑 비롯 中 연구자 등 180여명이 주도

세계 최고의 창업사관학교로 알려진 Y콤비네이터의 개리 탠 대표는 "딥시크의 검색은 단지 몇 번의 검색만으로도 흡인력 있게 다가온다"며 "이는 추론 과정을 보여주고 사용자의 신뢰도를 크게 높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른바 '딥시크 돌풍'을 일군 주역들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중앙TV(CCTV) 산하 영어방송 CGTN 등에 따르면 딥시크 성장 동력은 소위 '젊은 천재들'에서 나온다.  

딥시크-V3의 경우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을 비롯해 중국인 연구자·엔지니어 150명과 데이터 자동화 연구팀 31명이 개발을 이끈 것으로 전해졌다. 연령대도 20대∼30대 초반으로 구성됐다. 팀리더급의 경우 대부분 35세 미만의 인재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는 딥시크의 연구·개발(R&D) 인력이 139명에 불과하고 전했는데, 이는 챗GPT 개발사 오픈AI 연구원 수인 1200명의 약 12% 수준이다.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오른쪽) [출처: CGTN]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오른쪽) [출처: CGTN]

■ 엔비디아 '고성능·고비용' 전략 타격 우려…주가 17% 급락

중국 딥시크가 저비용으로 오픈AI와 견줄만한 AI 모델을 개발했다는 소식에 뉴욕증시도 AI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급락했다. 27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07% 급락한 19,341.83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AI 주도주인 엔비디아는 17% 급락하면서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시총 순위도 1위에서 3위로 주저앉았다. 딥시크의 AI 모델 훈련에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출시한 H800 칩이 쓰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엔비디아의 고성능·고비용 전략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외에도 브로드컴(-17.4%), 오라클(-13.8%) 등의 주가도 하락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분야를 선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번을 계기로 AI 오픈소스 커뮤니티 중심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딥시크는 R1과 V3 모두 오픈소스로 해당 모델을 공개했다. 독점 모델에 기반을 둔 오픈AI 모델과 달리 누구나 소스 코드를 열람하고 수정·배포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글로벌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온 스토이카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 컴퓨터공학 교수는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중심축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신기술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미국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딥시크의 성공 이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가격 인하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딥시크의 성공은 오픈AI를 비롯한 미국 AI 기업들이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가격을 낮춰야 하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또한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의 막대한 AI 지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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