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내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 주에 이시바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나와 대화할 예정이며, 이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일본을 깊이 존경하고 좋아한다"면서 앞서 집권 1기 때 친하게 지낸 (故)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언급했다. 그는 "아베 총리는 매우 가까운 친구였으며, 그에게 벌어진 일(사제총기 피격 사건)은 가장 슬픈 일 중 하나였다"고 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회담 일정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교도통신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일 정상회담이 오는 2월 7일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통상 문제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대한 관세 부과와 주일미군 방위비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맞서 이시바 총리는 일본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 및 방위비 분담 계획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불허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 사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 온 만큼, 일본 측이 어떤 설득 논리를 펼칠지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역시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는 경제 이슈 외에도 국제 정세와 관련한 안보 사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미일 정상은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 이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조 방안도 주요 협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통화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아마도 중요한 일(Something significant)을 할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이 전쟁을 끝내길 원한다"며 "전장은 모두 평지이기 때문에 총알이 사람에게 맞았을 때만 멈춘다. 러시아는 80만 명의 병력을 잃었고, 우크라이나는 60만~70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와 종전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파나마 운하 문제도 언급하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개발 프로젝트이자 위대한 불가사의 중 하나인 파나마 운하를 중국에 넘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나마 정부가 중국어 간판을 떼어내고 있지만, 여전히 70%가 걸려 있다. 이는 계약 위반"이라며 "우리는 파나마 운하를 되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아랍권 국가로 이주시키자는 자신의 제안에 대해 이집트와 요르단이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과 관련해 "이집트도 결국 그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누군가가 반대한다고 들었지만, 나는 그들이 받아들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신속하게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면서, 계엄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대미 외교가 소극적인 우리 정부가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