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02/1651714_664267_433.jpg)
농산물 도매시장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된 도매시장법인들이 과도한 이익 추구라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국회는 위탁수수료율 인하와 재지정 요건 강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며 도매시장법인들을 압박하고 있다.
규제 강화가 과연 농산물 유통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도매시장법인들의 위탁수수료가 과도하다는 비판은 실상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농산물 유통 비용의 구조를 살펴보면, 전체 비용 중 출하단계가 30%, 도매단계가 20%, 소매단계가 50%를 차지한다.
도매시장법인의 실질적인 수수료 수입은 2~4%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시장사용료 등 각종 운영비용을 제하면 실제 영업이익률은 1% 내외로 떨어진다.
무·배추 등 저가 농산물을 주로 취급하는 법인들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들은 현재도 간신히 수지를 맞추고 있다.
위탁수수료를 4%로 제한하면 연간 수십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수익성 악화를 넘어 기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도매시장법인들은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다. 이들은 그동안 축적한 수익을 농민 지원과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으로 환원해왔다. 농민들에게 무이자 영농자금을 대여하고, 출하자 지원금을 제공한다.
중도매인들의 판매 촉진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무너지면 결국 피해는 농민과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도매법인 지정취소 제도의 도입이다.
30%의 의무적 지정취소는 장기간 쌓아온 거래 신뢰와 경험을 한순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 안정적인 영업 기반이 흔들리면 도매법인들은 필수적인 시설 투자와 서비스 개선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농산물 유통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규제는 칼날과 같아서 너무 날카로우면 오히려 상처만 낼 뿐이다. 도매시장의 공공성과 효율성은 분명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도매법인의 영업이익을 농촌지원과 사회공헌에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농산물 유통은 우리 식탁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단기적인 정치적 성과에 매몰되어 시장의 숨통을 조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의 칼날이 아닌, 상생과 협력의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