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지난달 25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채소 판매대에서 장을 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6297_669510_304.jpg)
최근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면서 농산물 가격에 대한 소비자와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공급 불안과 기후 변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 복합 요인이 맞물리면서 농산물 가격 예측과 모니터링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2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현재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농산물가격지수(KAPI·Korea Agricultural Product Price Index)’가 국내 농산물 시장의 체계적인 분석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KAPI는 국내 주요 22개 농산물 가격을 바탕으로 종합 지수를 산출해 농산물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을 수치화한 대표적인 가격 지표다.
KAPI는 단순히 가격 평균을 낸 지수가 아니다. 가격 데이터 외에도 기상청의 기후 정보, 환율, 수출입 통계 등 다양한 외적 변수들을 반영해 예측 가능성과 시장 반영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업 데이터를 분석하는 팜에어가 개발한 농산물 가격 정보 사이트 ‘테란(TERRAN)’을 기반으로 하며, 주간 단위로 갱신된다.
실제로 지난 몇 달간 이례적인 겨울철 고온 현상으로 무, 배추, 대파 등 노지 채소의 조기 출하가 늘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일어났고 이에 KAPI는 이달 둘째 주 기준 184.88로 소폭 하락했다. 이는 전주 대비 0.5% 감소한 수치로, 가격 하락 품목이 다수를 차지한 결과로 전해진다.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인 품목은 부추(-34.5%), 양배추(-33.7%), 무(-30.7%), 대파(-26.8%) 등으로 나타났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유가, 환율, 기후 변화 등 다양한 변수들이 농산물 가격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KAPI는 이를 수치화해 농업계와 정책 당국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KAPI는 정부의 물가 관리 정책 수립뿐만 아니라 농가의 재배 전략, 유통업계의 공급 계획 수립에도 활용된다. 가격 급등 시기를 예측하거나 비축 시점을 조절하는 데도 유용하다는 평가다.
특히 국제 곡물 가격이 요동치는 상황 속 국내 농산물 가격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KAPI는 ‘물가의 조기경보 시스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KAPI는 유용하다. KAPI 웹사이트에서 품목별 가격 추이, 계절별 패턴, 전년 대비 변화율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어 합리적인 소비에 도움을 준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이전에 비해 채소값이 급등하는 일이 많아 장보기가 어려워 졌다”며 “KAPI 같은 지표를 참고해 대체 식재료를 찾거나 구매 시점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KAPI의 실시간 분석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감(感)에 의존한 가격 예측이 많았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다”며 “KAPI는 농업 경제를 선도하는 ‘디지털 나침반’ 역할을 수행해 나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재 KAPI는 한국경제신문 데이터센터와 농촌경제연구원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공개되고 있으며, 누구나 접속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KAPI는 한국 농업계와 정부, 유통 시장, 소비자가 함께 참고할 수 있는 공통의 기준점으로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정부는 KAPI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농산물 수급 예측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해 기후 위기 시대의 식량 안정성 확보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