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라면’. [출처=농심]](https://cdn.ebn.co.kr/news/photo/202502/1653535_666321_3235.jpg)
식품업계가 과거 단종됐던 추억의 제품들을 잇달아 재출시하고 있다. 해당 제품들은 예전의 맛을 재현하거나 이전의 감성을 그대로 반영한 레트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라면·제과업계를 중심으로 단종된 제품에 새 패키징을 얹거나 품질을 강화해 다시 선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농심은 최근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로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농심라면’을 재발매했다.
지난 1975년 첫선을 보인 농심라면은 1978년 기업 사명(社名)을 롯데공업주식회사에서 농심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 재출시한 농심라면은 1975년 출시 당시의 레시피를 토대로 현재 소비자 입맛에 맞게 맛과 품질을 개선했다. 패키지도 당시 디자인을 계승했다.
이뿐만 아니라 농심은 스낵 부문에서도 단종 제품 재발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1980년 생감자칩으로 출시된 ‘크레오파트라 포테토칩’은 편의점 GS25, 1981년 카레맛 과자로 발매된 ‘B29(비29)’는 CU에서 판매를 개시했다.
크레오파트라 포테토칩은 양파맛·짭짤한맛·바베큐맛 등 다양한 맛으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았으나 2000년대 초 단종됐다. 하지만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안녕! 클레오파트라, 세상에서 제일 가는 포테이토칩’이라는 술 게임이 유행하면서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결국 재출시로 이어지게 됐다.
농심은 상반기 중 2개 제품을 추가로 재발매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오리온은 지난 25일 비틀즈의 업그레이드 버전 제품 ‘올 뉴(All New) 비틀즈’를 선보였다.
비틀즈는 다양한 과일 맛을 골라 먹는 츄잉캔디로 1990년 출시됐다가 지난해 6월부터 생산이 중단됐다. 맛과 식감을 높인 후속작을 다가오는 하반기에 내놓으려다 소비자들의 잇따른 요청에 8개월 만에 앞당겨 발매했다.
앞서 오리온은 2016년 단종된 ‘포카칩 스윗치즈맛’을 8년이 흐른 지난해에, 2012년 판매를 종료한 ‘베베’는 7년 만인 2019년 ‘배배’로 제품명을 바꿔 각각 출시한 바 있다. 2022년 한정판 제품으로 선보인 ‘딸기송이’를 올 1월 중 3년 만에 다시 내놓기도 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도 같은 달 12년 만에 ‘미노스 바나나우유’를 재출시했다.
1993년 출시된 미노스 바나나우유는 2012년 단종될 때까지 서울우유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구가 지속 이어져 왔다.
다시 돌아온 미노스 바나나우유는 국산 원유 함유량 86%에 바나나과즙이 더해져 풍부한 맛이 특징이다. 발매 당시의 용기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 PET 용기를 활용한 디자인으로 새로움까지 더했다.
이처럼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과거 제품을 다시 선보이는 이유로 보이슈머(Voisumer)’ 마케팅을 들 수 있다. 보이슈머는 ‘목소리(Voice)’와 ‘소비자(Consumer)’를 결합한 신조어로, 자신의 요구를 제품이나 기업 운영에 반영시키고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소비자를 뜻하는 용어다.
추억의 제품들을 재발매하는 이유는 보이슈머의 요청에 화답한 결과라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또 다른 이유로 ‘노스탤지어(Nostalgia)’ 마케팅을 거론할 수 있다. 단종 제품의 재출시는 중장년층에게 향수를, 청년층에게는 신선함을 전달하며 두룰 호응을 얻을 수 있단 것이다.
이 밖에 비용 절감으로 경기침체에 대응하려는 의도 역시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자 지갑이 얼어붙자 참신한 신제품을 내놓는 데 드는 연구개발(R&D) 비용을 최소화하고, 기존 레시피와 디자인을 계승하거나 살짝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을 통해 어려운 상황에 대응 중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제품인 만큼 홍보에 드는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같은 식품기업들의 단종 제품 재발매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보이슈머’는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차원을 탈피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제품이나 기업 운영 방침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식품사들의 주요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