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가 지난 4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가 사지에 몰린 원인을 두고 규제 강화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유통업을 모르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전략 실패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경영 악화에 대해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행으로 인한 매출 감소 1조원, 영업시간 외 배송금지로 이커머스 업체로의 소비자 이동 촉진, 쿠팡 매출 2019년 7조원→2024년 41조원, 유통시장 온라인 비율 54%(세계 2위), 코로나 기간 매출 감소, 직원 정규직화 및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을 꼽았다.
김광일 홈플러스 각자 대표이사(MBK 부회장)도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 요인에 대해 "홈플러스의 줄어든 점포 수가 이마트·롯데마트보다 적고, 코로나19 이후 회사가 어려운데 대형마트 규제가 풀리지 않아 고객은 온라인으로 가고 심야 온라인 배송도 못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마트노조와 유통업계는 "남 탓만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홈플러스 경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 MBK의 전략 실패라는 것이다.
홈플러스 마트노조는 "경영 악화 원인은 MBK의 투자 부족과 전략 부재 때문"이라며 "코로나 때 과감한 투자로 성장한 경쟁업체와 달리 홈플러스는 제대로 된 투자 없이 매장 구조만 변경한 홈플러스 스페셜과 풀필먼트센터(FC)를 운영하다 실패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MBK가 홈플러스를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인수하고 부동산 중심으로 경영해 경쟁력이 약화한 것을 패착으로 꼽았다.
노조 한 관계자는 "MBK는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은 이후 각종 부동산을 매각해 인수차입금을 갚아왔다"며 "홈플러스 경영 악화의 결정적 요인은 5조원의 과도한 차입금과 이에 대한 이자 비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MBK 인수 이후 2016∼2023년 이자 비용 합계는 2조9329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 합계 4713억원보다 2조5000억원이 많다"며 "홈플러스 영업이익이 MBK의 이자 비용으로 지급되고 그것도 모자라 자산을 팔아 지급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들도 지난달 말 홈플러스 등급을 강등하면서 이익 창출력 약화, 현금 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신용평가는 또 "점포 매각과 상대적으로 제한된 투자로 경쟁력이 과거 대비 약화한 상황에서 의미 있는 수준의 집객력, 매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통해 2조원대 금융채무를 갚으려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슈퍼마켓) 부문과 점포 추가 매각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분할매각을 통해 공중분해 되지 않으려면 추가 구조조정과 점포 매각을 막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개인 투자자에 떠넘겨진 홈플러스 단기채권…대규모 피해 우려
- 홈플러스 마트노조, 김병주 MBK 회장 국회 출석 촉구 1인 시위…“책임 있는 자세 보여라”
- 홈플러스, 김병주 MBK 회장 ‘사재 출연’ 목소리에…“답변 곤란”
- MBK 김병주 회장, 사재 출연…"홈플러스 소상공인 결제대금 지원"
- MBK 김병주, 사재 출연 규모는?…업계 "홈플러스 정상화에 최소 1조 필요"
- 결국 MBK 김병주 사재출연…3호펀드 출자자 보호? 회생협상 진정성?
- ‘홈플 사태’ MBK의 궁색한 변명…“어쩔 수 없었다”
- 이케아·판도라 제친 쿠팡…美매체 선정 '세계 혁신 유통기업'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