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제공=한화]](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6151_669347_112.jpg)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전격 발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김동관 부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그 이면에 오너일가의 경영 승계 포석이 깔려 있다는 의혹이 시장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중점심사에 착수한 가운데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는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국내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다. 발표 이후 주가는 하루 만에 13.02% 급락했고 ㈜한화 등 한화그룹 주가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회사 측은 자금을 △MC 스마트팩토리 구축 △무인기 엔진 개발 △해외 방산 조인트벤처(JV) △해외 조선업체 지분 인수 등에 사용한다고 밝혔지만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은 주주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차입, 회사채 발행, 내부 유보금 활용 등 자금 조달 방법이 있음에도 주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역대급 규모의 유증을 결정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유상증자 파장을 의식한듯 한화에어로는 지난 23일 김동관 전략부문 대표이사(한화그룹 부회장)이 약 3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이사와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 등 최고 경영진들도 회사 주식 매수에 동참한다. 이에 따라 총 48억원 규모의 주식을 장내 매수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회사와 주주의 미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김 부회장이 매입하는 30억원은 유상증자 전체 금액의 0.08%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이 회사를 믿고 있다는 시그널일 수는 있겠지만 금액이 적어 주주 설득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유상증자 결의 일주일 전인 지난 1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임팩트·한화에너지로부터 1조3000억 원어치 한화오션 지분을 매입했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김동관·동원·동선)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한화임팩트의 최대주주는 한화에너지(52.1%)다. 해당 거래로 오너일가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고, 한화에어로는 반대로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후 일주일 만에 발표된 대규모 유상증자는 총수일가의 방산 지배력 강화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비판으로 어이졌다. 특히 김 부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한화에어로가 한화오션 지분을 직접 확보하면서 방산 계열 지배력이 집중되는 흐름도 감지된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의 2대 주주(지분 22.15%)로 김승연 회장에 이어 그룹 지배력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화에너지가 지난해부터 ㈜한화 지분을 매입하며 지배구조 재편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한 자금 확보라는 명분은 존중돼야 하지만 설명과 투명성이 부족할 경우 신뢰는 쉽게 무너질 것”이라며 “주주와 시장에 명확한 비전과 수치를 보여주지 않으면 이번 유상증자는 승계 논란만 남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는 시장 신뢰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직접 주총장에 가겠다”, “회장이 나와야 한다”며 주총 참석을 예고했다.
김동관 부회장이 이번 주총에 모습을 드러낼지는 미지수다. 그는 2022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동대표 취임 이후 한 차례도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유상증자와 맞물린 경영 승계 논란은 주총장 안팎을 뒤흔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