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삼성]](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6951_670228_4335.jpg)
박근혜 前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이 국가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한 사건으로 시끄럽던 시절, 삼성 이재용 회장(당시 부회장)은 최 씨에게 승마 지원 등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수사 받았다. 이 회장은 재판부의 강압적 요구로 지난 2020년 1월 준법감시제도 도입 계획을 발표, 같은 해 2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탄생했다.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삼성 준감위’가 출범한 지 5년이 흘렀다. 본지는 삼성 준감위의 그간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짚어보는 기획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국정농단이 낳은 '기형적 감시기구' 탄생 △준법지원 탈 쓴 과잉규제 논란 △‘뉴 삼성’에 족쇄 풀어줄 때] <편집자 주>
삼성 준감위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준감위의 지속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준감위는 지난 2020년 대법원의 권고에 따라 삼성 내부의 준법 의식을 강화하고, 총수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범했다. 당시 법조계와 학계 등 외부 인사 6명과 삼성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준감위는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첫 회의를 열며 활동을 시작했다.
삼성 준감위는 그동안 새로운 위원회가 출범할 때마다 중점 의제를 제시·설정해 왔다. 이는 단순한 의제를 넘어 위원회가 추진하는 준법 경영 활동의 전체적인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준감위의 각 관계사(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삼성화재)의 당면 과제를 점검하는 의미도 내포한다.
1기 위원회는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 3대 의제를 중심으로 활동을, 2기 위원회는 '인권 우선 경영',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ESG 중심 경영'을 중점 과제로 추진했다.
지난해 3기에 접어들면서 이찬희 위원장은 "관계사들이 연임을 결의한 것은 2기 위원회 활동의 성과를 인정하고 준법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을 계속 해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삼성의 준법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준감위 출범 직후부터 최우선 과제로 꼽혀왔던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2기에도 매듭짓지 못한 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 독립적인 감시 기구가 필요하냐는 의구심으로 이어진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린 3기 준감위 정례회의 참석 전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6951_670229_4421.jpg)
■ 삼성에 준감위 역할 계속 필요한가?
준감위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가 표면적으론 자율적 참여 형태로 운영된다. 총수 일가의 경영 활동과 준법 경영 실천 여부를 감시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특히 삼성그룹의 주요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법적·윤리적 문제를 점검하고, 독립적으로 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삼성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신뢰를 회복하며,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하지만 업계 및 학계 일각에서는 이 기구가 실질적으로 기업 경영의 유연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준감위 지속 여부와 관련해 '글로벌 경쟁력 약화 우려'와 '경영 자율성 침해'가 대표적 쟁점 사안으로 꼽힌다.
준감위의 존재로 인해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이 느려지고, 과도한 규제와 점검이 오히려 삼성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민첩성과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준감위가 독립적인 기구로 활동하면서 경영진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이미 내부 감사 조직과 이사회 내 사외이사 감시 시스템이 가동된다"며 "기존 시스템을 보완하는 차원이 아니라 별도의 감시 조직을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삼성은 미국 유럽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 경쟁 기업들과의 기술·사업 전략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 결정 속도와 유연성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대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는 "준감위가 기업 경영에 있어 과도한 제한을 가할 경우, 삼성의 실행력과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준법 감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기존 법적·제도적 시스템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삼성 준감위는 법적인 효력이 없는 기구"라며 "준감위로 인해 '옥상옥' 구조가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삼성은 이미 내부적으로 내부 통제 조직이 있고 금융사는 준법감시인이, 비금융사는 준법지원인이 있다"며 "이를 통해서 내부가 법을 위반했는지를 감시하는데 그 위에 법을 준수했느냐, 안 했느냐를 따지는 조직을 하나 더 만드는 거는 옥상옥 구조일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조직 내 비효율성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출처=삼성]](https://cdn.ebn.co.kr/news/photo/202503/1656951_670230_4530.jpeg)
■ 애플·TSMC 등 경쟁사 '혁신과 성장' 전략..."준감위는 기업 경영권 蛇足"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뉴 삼성'이라는 기치를 내걸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영역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인공지능(AI)·바이오·로봇 등 신사업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한 일명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이란 명칭의 임원 교육에서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은 보이지 않는다"며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는 내용의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준감위의 지속적인 감시가 삼성의 전략적 의사 결정 과정에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준감위의 역할 축소나 해체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준감위의 존재로 얻을 수 있는 윤리 경영이나 ESG 등 상징성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실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좀 봐야 한다. 지난 4~5년 동안의 활동을 복기하면서 준법감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얼마나 실질적인 활동을 했고 그것이 삼성에 도움이 됐는지를 한 번 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질적인 순기능을 고려하면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단순히 기구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며 몇 차례 회의만 진행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도 삼성처럼 독립적인 준법 감시 기구를 운영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대기업들은 이사회 중심의 내부 감사 시스템을 운영하며 주요 기업의 총수들은 장기적인 경영 전략을 비교적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고 있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애플, 테슬라, TSMC 등 글로벌 경쟁사들은 혁신과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며 "삼성만이 유독 독립적인 감시 기구를 운영하며 총수 경영권에 족쇄를 채우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준감위의 역할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되, 경영진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역할과 기능의 조정을 통해 준법경영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