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승 삼성전자 DA사업부 개발팀장 부사장이 28일 진행된 '웰컴 투 비스포크 AI' 행사에서 기술 전략과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문종승 삼성전자 DA사업부 개발팀장 부사장이 28일 진행된 '웰컴 투 비스포크 AI' 행사에서 기술 전략과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글로벌 가전 시장의 리더로 군림해온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거센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했던 양사가 중국 브랜드의 추격과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9%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지켰지만 전년 동기(41%)에 비해 12%포인트 하락했다. LG전자도 TCL에 밀려 3위(19%)로 내려앉았다. TCL은 12%였던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렸고 하이센스도 16%를 기록하며 맹추격 중이다.

프리미엄 TV 시장은 그간 삼성과 LG가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주도해왔던 핵심 영역이다. 하지만 최근 TCL과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이 QD-미니 LED, QLED 등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한 중고급 제품을 대거 출시하면서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제품 크기, 사양과 더불어 가격 경쟁력까지 겸비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가전업체들의 질주는 프리미엄 TV를 넘어 세탁기, 냉장고 등 전반적인 고급가전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TCL은 NFL 등 스포츠 마케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하이엔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 중이다.

하이얼은 에너지 절약형 세탁기로 유럽 고급 시장에서 10%대 점유율을 빠르게 차지했다. 메이디(美的·Midea)는 OEM에서 OBM으로 전환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100형 QNED 에보[출처=LG전자]
100형 QNED 에보[출처=LG전자]

또 다른 위협으로 부상한 것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일(현지시간)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멕시코를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최대 25%의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멕시코는 삼성전자(티후아나, 케레타로)와 LG전자(몬테레이, 레이노사)가 북미 수출을 위해 주요 생산 거점을 운영 중인 핵심 지역이다.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미국 시장 가격 경쟁력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삼성과 LG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

황태환 삼성전자 DA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은 최근 열린 비스포크 신제품 발표 행사장에서 “다양한 공급망을 준비하고 있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어 미국 관세 정책에 적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LG전자는 멕시코 관세가 현실화하면 주요 가전 생산지를 미국 현지로 옮길 예정이다. 현재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9일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되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테네시 공장에 다양한 생산 라인을 구축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관세 리스크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고 트럼프 대통령은 ‘예외는 없다’면서도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모순적 발언을 반복하고 있어서다.

중국의 프리미엄 전략과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속에서 한국 가전업체들의 전략 재정비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전업계가 생존을 위한 생산거점 다변화, 기술 혁신, 브랜드 마케팅 강화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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