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 [출처= 한화오션]](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57684_671100_2355.jpg)
미국이 무역 전선을 전방위로 확대하며 '상호관세' 카드를 꺼낸다. 이런 가운데, 한국 조선산업이 양국 간 통상 협상의 새로운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업을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한국을 주요 협력국으로 지목하면서 조선 분야가 향후 통상 협상의 중요한 키로 작용할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2일 오후4시(현지시간·한국시간 3일 오전 5시)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있다. 미국은 거의 모든 수입품에 대해서 20%의 단일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한 옵션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응해 조선 등 미국의 전략적 이해가 걸린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도출, 통상 압력을 완화하려는 시도를 이어갈 방침이다.
조선 부문에서의 협력 강화는 양국 국익에 부합할 뿐 아니라 한국 조선업계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월 말 방미 중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만나 조선 산업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안 장관은 "미국이 군함, 유조선, 쇄빙선 등 전략 선박을 패키지로 대량 발주할 경우, 한국 조선업계가 이를 우선 제작해 납품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설을 통해 '미국 조선업 부활'을 직접 언급하며 백악관에 전담 부서 신설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미국 조선업 재건에는 한국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D현대 정기선 부회장 [출처=HD현대]](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57684_671101_2430.jpg)
한국은 조선 기술력과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능력, 수주량 면에서 여전히 세계 최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록 전체 시장 점유율은 중국에 밀렸지만, LNG 운반선 등 친환경 및 고부가 선박 부문에서는 경쟁력을 확고히 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실제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7함대 군수지원센터의 'MRO(정비·유지보수)' 사업을 연이어 수주하며 미 해군과의 기술 협력을 본격화했다. 최근 완료된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 정비 프로젝트는 미 해군부로부터 정비 품질과 효율성을 인정받았다.
미 해군부는 올해 최소 5~6척의 비전투함을 국내 조선업체에서 정비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향후 10척까지 확대할 여지도 열어뒀다.
국내 조선사는 이 같은 흐름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 내 진출도 적극 모색 중이다. 한화오션은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거점으로 군함 및 상선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HD현대중공업도 현지 투자를 검토 중이다.
미국도 유인책을 내세워 자국 내 투자를 당기고 있다. 미국 의회에는 'SHIPS Act(선박법)'가 발의돼 있으며, 해당 법안은 미국 내 조선소 및 조선 기자재 업체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고용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에너지 협력도 병행 추진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확대를 추진 중이며, 한국은 FLNG(부유식 액화설비)와 LNG 운반선 분야에서 글로벌 톱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가 실질적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 간 조선 협력이 단순 산업 차원을 넘어 전략적 동맹 강화와 대미 통상의 핵심 고리가 될 수 있다"며 "미국 현지 투자 등은 신중히 접근하되 중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수주 기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