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일 불거지는 '홈플러스의 납품 중단에 따른 운영 차질' 우려를 홈플러스 스스로가 확산시키면서 경영 위기에 대한 책임을 외부로 돌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58380_671979_5440.jpg)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최근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둘러싸고 '운영 차질'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경영 위기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려는 시도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납품 중단이나 거래 조건처럼 민감한 사안을 홈플러스가 직접 외부로 퍼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한 책임을 협력사에 돌려 '남탓 프레임'을 의도적으로 형성하는 여론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홈플러스의 납품 문제가 연일 불거지고 있다. 이례적인 점은 '정상 납품 중'이라는 해명이 홈플러스가 아닌 납품사들 입에서 먼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이다. 서울우유가 지난 3월 중순부터 홈플러스에 납품을 중단한 것과 관련 홈플러스는 '회생채권 전액 즉시 변제'와 '공익채권 현금 선납'을 요구받았다며 이를 과도한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우유는 즉각 반박했다. 회생 전 발생한 채권은 법원의 승인이 필요하고, 그 외 현재 거래에 대해서는 어음 대신 현금을 요구한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우유는 "홈플러스에 회생채권을 전액 현금으로 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다"며 "해당 조건은 이전에도 일부 선납 사례가 있었기에 이를 토대로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방적인 납품 중단도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우유는 "일방적으로 납품을 중단한 사실은 없다"며 "향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공급 재개를 위한 협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농심 등 대형 식품업체들도 최근 퍼진 '납품 중단설'에 대해 "거래는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며, 발주를 중단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정작 공급사들이 해명을 하며 자신들의 정상 거래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 과정에서 실제 갈등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운영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비춰지는 순간 본질은 왜곡된다"며 "회생은 내부의 문제를 조정해 신뢰를 회복하는 절차인데 홈플러스는 이를 '협력사들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라는 식으로 외부화하고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최근 유통가에는 '납품사들의 발주 중단으로 홈플러스 매장 운영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내용도 나돌고 있다. 일부 식품사들 사이에서는 '5월 부도설'까지 등장하며 위기감이 확대되는 중이다.
이처럼 납품사들은 일제히 "발주 중단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긋고 있음에도, 홈플러스는 여전히 '협력사의 협조 부족'을 언급하며 운영 차질의 책임을 외부에 돌리는 메시지를 이어가고 있다.
홈플러스는 협력사의 요구를 '비 오는 날 우산을 뺏는 격'이라고 표현했다.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에 무리한 조건을 들이밀고, 공급을 끊어 운영을 어렵게 만든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표현은 거래 구조의 맥락을 생략한 단편적인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협력사 입장에서는 회생기업과의 거래 자체가 리스크다. 어음을 현금으로 바꿔달라는 요구는 비정상이 아니라 최소한의 방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과거에도 일부 협력사에 대해 '선납'을 먼저 제안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회생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신뢰인데, 홈플러스는 그 신뢰를 쌓기보다 오히려 외부에 책임을 돌리며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며 "정작 납품사들은 공급 중단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고, 물류 현장은 혼란에 빠졌으며, 시장은 책임의 주체조차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 모든 혼선은 홈플러스가 자초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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