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한 달 넘게 할인전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한 달 넘게 할인전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홈플러스가 또다시 대규모 할인전에 돌입했다.

3일부터 16일까지 이어지는 온라인 '슈퍼세일'을 포함해, 지난 2월부터 한 달 넘게 '홈플런'이라는 이름으로 오프라인 할인도 이어지고 있다. 할인 폭도 크고, 기간도 길다. 겉으로는 소비자 혜택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치열한 '현금 확보 전쟁'이다.

현재 홈플러스는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상태다. 공식적으로는 '정상 영업 중'이지만, 사실상 영업 현금 흐름으로 일일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구조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지난 3월 31일 하루 동안 입점주 보증금 반환액 42억원을 포함해 상거래 채권 940억원을 집행했다. 회생절차 개시 이후 누적 채권 지급액은 6,893억원에 달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초 회생 과정에서 마련했던 자금 조달 시나리오가 어그러진 것으로 보인다"며 "매출을 끌어올려 일시적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할인이 길어질수록 회사는 '이익'보다 '현금'에 초점을 맞춘다는 뜻이다. 홈플러스도 이를 의식한 듯 온라인 매출 성과를 강조했다.

'홈플런 시작 후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고, 마트 직송 신규 고객은 16%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수익성 개선과는 다른 문제다. 할인율이 높을수록 이익은 줄고, 현금만 남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의 대규모 세일은 시장 전체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도 '통 큰 세일', '극한 할인가' 등을 내세우며 맞불을 놓고 있다. 할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형마트 전체가 '총체적 출혈 구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할인 경쟁의 부작용이다. 홈플러스의 경우 회생절차에 따라 외부 자금 조달이 제한된 상황이기 때문에, 내부 현금 유동성 악화가 곧 협력업체 납품 지연, 임금 체불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일부 협력사에서는 "납기나 대금 지급 속도가 평소보다 느려졌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할인 공세'는 홈플러스만의 전략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홈플러스는 할인을 위한 할인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할인에 나선 셈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트 안에서는 가격표가 바뀌고, 고객은 장바구니를 채우지만, 그 이면에는 기업이 버텨내기 위한 절박한 현금 방어전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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