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신세계건설 브로셔]
▶ [출처=신세계건설 브로셔]

신세계건설이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사실상 모습을 감춘 채 사모채와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한 단기 자금 조달에 집중하고 있다. 신용등급 하락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 이후 저신용 회사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공모채 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차입 수단은 늘었지만, 만기가 짧고 금리가 높은 사모채와 CP 특성상 신세계건설의 단기 상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2023년 3월 8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한 이후 2년 가까이 공모채 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당시 첫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100억원의 투자 수요만 확보하며 대규모 미매각 사태를 겪었고, 이후 신용등급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공모채 발행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후 신세계건설은 주로 사모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모회사 이마트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 후에는 자금 조달 전략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이마트의 직접적인 지원이 가능해진 만큼, 신세계건설이 이를 발판 삼아 공모채 시장에 복귀할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현실은 달랐다.

신세계건설은 올해도 사모채를 선택했다. 지난 2월 19일 32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으며, 만기는 1.6년, 금리는 연 7.1%에 달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CP 발행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오는 4일 만기가 도래하는 800억원 규모의 공모채 상환을 대비한 조치로 보인다.

지배구조 개편 호재와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되는 가운데서도 신세계건설이 공모채 대신 사모채와 CP를 선택한 배경에는 홈플러스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A- 이하 등급의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3월 들어 채권 시장에서 BBB+ 이하 저신용 채권은 거의 모습을 감췄고, A- 등급 회사채조차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도 불구하고 A- 등급 이하 비우량 채권의 금리는 오히려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은 원할히 조달하고 있지만, 사모채와 CP 비중이 늘면서 신세계건설의 단기차입 비중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사모채와 CP는 공모채 대비 발행 절차는 간소하나 만기가 짧고 금리가 높은 단점이 있다. 실제 신세계건설이 지난 2월 발행한 320억원 회사채 금리의 경우 7.1%로, 같은 날 1.6년 만기 A-등급 공모채 평균 금리인 5.1% 보다 2% 포인트 높았다. 

신세계아이앤씨 등이 신세계건설 사모채 등을 매입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도와주고 있지만, 작년 말 신세계건설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6178억원으로, 2021년 461억원에서 무려 13배나 증가했다. 지난해 자본으로 인정되는 6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별도 기준 부채비율이 2023년 말 976.2%에서 191.9%로 낮아졌으나 신종자본증권의 부채성 성격을 감안하면 실질 재무안정성은 지표 대비 열위하다는 평가다. 

이에 반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크게 줄었다. 2024년 별도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36.5% 감소한 9542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부터 손실 예상 사업장에 대한 회계처리를 기존 대손상각비 반영에서 매출 차감 방식으로 변경한 영향이다. 매출 차감 방식 적용으로 인해 2023년에 이어 원가율이 100%를 상회하고, 고정비 부담이 확대되며 같은 기간 영업손실 규모도 1239억원을 기록했다. 

손실이 지속되면서 영업현금흐름(OCF)이 적자를 기록하고, 민간 프로젝트 기성 진행 및 하도급대금 청구시점에 따른 매입채무 감소 등으로 운전자본부담이 확대되며 2024년 별도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이 -5060억원에 이르는 등 현금창출력이 계속해서 저하되는 양상을 띄고 있다. 신세계건설의 단기 상환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단기차입 비중이 늘면서 재무 압박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예전의 무차입 기조로 복귀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은 만큼 비용 관리를 위해서라도 이마트의 완전 자회사 편입 등의 호재를 앞세워 공모채 시장 복귀를 위한 신용도 개선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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