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업태별 판매액 지수 그래프. [출처=통계청]
소매업태별 판매액 지수 그래프. [출처=통계청]

10년 넘게 이어져 온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유통 환경 변화에 부합하지 못한 채, 실효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형마트 규제로 소비자 선택권은 줄고, 보호 대상이었던 전통시장 매출은 되려 줄었으며, 반사이익은 온라인 시장이 챙겼다는 평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소비자 구매 빅데이터와 해외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현행 대형마트 규제가 오프라인 유통 전반을 위축시키고 있으며 정책 방향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휴업일에 소비자들은 전통시장보다 온라인 쇼핑몰을 더 많이 찾는다. 2015년 대비 2022년 온라인몰 구매액은 약 20배 급증했으며, 같은 기간 전통시장 구매액은 오히려 55% 감소했다. 특히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일요일에는 온라인 소비가 크게 늘고, 전통시장 구매액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경쟁 관계가 아닌 보완 채널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유통업계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외면한 채, 특정 유통 채널만 규제하는 현행 정책이 소비자의 이동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지자체 현황 표. [출처=산업통상자원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지자체 현황 표. [출처=산업통상자원부]

보고서는 해외 주요 국가들이 변화하는 소비환경에 맞춰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프랑스는 2016년 '마크롱법'을 통해 관광지나 대형 소매점의 일요일 영업을 허용했고, 영국은 제한적 영업시간을 인정하며 규제를 완화하는 논의를 지속 중이다. 일본 역시 2000년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하며 오프라인 유통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전국 단위로 일률적 휴업일을 강제하며 역주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소비자의 선택권과 편의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유통 산업 전반의 경쟁을 약화시켜 상품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도 함께 제시됐다. 실제로 규제로 인해 일부 소비자는 구매를 포기하거나, 토요일로 소비를 몰아 시간적·경제적 비용을 감수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요일별 유통채널 지출 추이 표. [출처=농촌진흥청]
요일별 유통채널 지출 추이 표. [출처=농촌진흥청]

특히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대형마트 인근 소상공인 매출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는커녕 주변 상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분석도 인용됐다​.

대형마트 3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10년간 대형마트 52개, 기업형 슈퍼마켓(SSM) 202개가 문을 닫았다. 홈플러스는 적자 누적 끝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반면 온라인 유통 점유율은 2015년 35.7%에서 2020년 60.2%로 급등하며 유통시장 중심이 급변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구조적 전환 속에서 오프라인 유통의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단순한 영업 제한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 도입, 현대적 경영기법 적용,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계 등 다면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유민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마트 규제는 전통시장을 살리기보다 온라인 시장을 키웠다”며 “오프라인 유통업이 공멸하지 않으려면 소비자, 대형마트, 전통시장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유통 생태계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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