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32 폼 매트리스’. [출처=시몬스]
‘N32 폼 매트리스’. [출처=시몬스]

가구업계가 친환경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해 물질 사용을 줄이고 생분해·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도입하는 흐름이 본격화되면서 ‘착한 소재’를 활용한 프리미엄 가구가 소비자 선택을 이끄는 핵심 지표로 자리잡고 있다.

9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시몬스·신세계까사·현대리바트·한샘 등 주요 가구 브랜드들은 제품 제조부터 유통, 포장까지 전 과정에 친환경 요소를 반영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시몬스다. 시몬스의 멀티 브랜드 N32는 동물성 소재를 완전히 배제한 비건 매트리스 컬렉션을 출시했다.

시몬스 측은 제품에 생분해성 원료인 아이슬란드 씨셀을 활용해 기능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구현했고, MZ세대를 중심으로 윤리적 소비를 고려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까사의 수면 전문 브랜드 마테라소는 매트리스 전 제품에 대해 환경부 주관의 ‘환경표지 인증’을 획득했다. 해당 인증은 제품의 전 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줄인 경우에만 부여되는 공신력 있는 친환경 마크다.

현대리바트는 E0 등급의 LPM 표면재 보드를 식탁·침대 등 가구 전반에 적용하고 있다.

E0 등급의 보드는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0.3~0.5mg으로 낮아 자연의 상태와 비슷한 수준의 친환경 소재로 알려진다. 포름알데히드는 새집증후군 주요 원인 물질로 지목되는 만큼 건강한 실내 환경 조성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샘은 제품 내·외부뿐만 아니라 원자재 공급망과 포장재 개선에도 ESG 기준을 반영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리프 소파’는 스위스 친환경 발수가공제인 씨-제로(C-ZERO)가 적용돼 오염물이 쉽게 흡수되지 않도록 했으며, 패밀리 침대 ‘스테디 컴피’는 인체 무해한 PU 가죽이 사용돼 내구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잡았다.

한샘 측은 지속 가능성 인증(FSC, PEFC)을 받은 합법 목재와 재활용 목재(GR 인증)만 사용하고 있고, 국제 친환경 인증 LWG 가죽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샘 관계자는 “소파 하부 마감재를 부직포에서 패브릭으로, 포장재는 비닐에서 면 또는 재생 납사 소재로 대체하고 있다”며 “생산 이후의 환경 영향까지도 통제하는 전방위 전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샘 연구소는 제품의 내구성을 시험·보완해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에는 가구 배송 시 스티로폼 대신 재생 종이로 만든 ‘허니콤(Honeycomb)’을 완충재로 사용하는 사례도 도입했다.

국내 가구 및 소품 시장은 지난 2021년 기준 약 20조원 규모로 평가되며, 오는 2026년까지 약 30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지속 가능·친환경 가구 시장은 연평균 9.5%씩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역시 ‘한국판 뉴딜’을 통해 친환경 산업 전반에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있고, 산림경영 지속가능성 인증제, 환경표지 인증제, 녹색인증 확대 등 제도적 기반 마련에 힘을 싣고 있다.

소비자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워킹맘 안지현(35)씨는 “예전에는 가구 선택에 있어 디자인을 가장 중시했지만 아이가 생긴 이후부터는 소재와 안전성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며 “매트리스나 소파를 고를 때 E0, 무독성, 비건 인증 같은 표시를 꼼꼼히 확인한다”고 밝혔다.

경기 고양시의 회사원 성종현(38)씨도 “가격대가 높더라도 오래 쓰고, 유해 성분 걱정이 없는 제품이 낫다”며 “예전엔 가격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지만 지금은 친환경 인증이 있는지부터 따진다”고 말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해외 직구나 중저가 브랜드의 확산으로 가격 경쟁은 심화됐지만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자녀가 있는 가정,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안심하고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한 업계 전문가는 “ESG 경영이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소재·공정·유통 전반에 걸쳐 기업의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친환경 인증 유무가 브랜드 신뢰도와 직결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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