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컨테이너선 [출처=HMM]
HMM 컨테이너선 [출처=HMM]

미국이 대중국 해운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디커플링(공급망 탈동조화)' 전략이 항만 분야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해운업계에는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해운사와 조선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는 입항수수료 부과가 시행되면 중국과 경쟁하는 국내 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1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자국 조선업 보호 조치 일환으로 중국 해운사 및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선박 해운사 및 소유주에게 톤당 5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이후 매년 30달러씩 인상해 2028년엔 톤당 140달러 부과하기로 했다. 컨테이너 기준 1 컨테이너당 120달러씩 부과, 매년 단계적으로 늘려 2028년까지 250달러로 확대된다. 

제3국 해운사가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을 운영한 경우에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 타국적사의 중국산 선박에는 톤당 18달러씩 책정, 매년 5달러씩 인상돼 2028년엔 톤당 33달러가 부과된다. 이번 조치는 180일의 유예 기간을 거쳐 오는 10월 14일부터 시행된다.

USTR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해양·물류·조선 부문에 대한 불공정 표적화 조사를 기반으로 이번 조치를 마련했다. 이는 중국에 집중된 조선·해운 등 해양 지배력을 역전시키고 자국 산업을 부흥하려는 목적을 두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해운 산업 및 무역 이슈를 넘어 전략산업 재편과 연결되며, 글로벌 해운사들의 발주 전략과 선박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국적선사인 HMM의 경우, 영향이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측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기준 HMM의 중국산 선박은 총 5척에 불과하다. 이 중 사선(회사 보유 선박)은 3척이다. 이들 선박은 17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급 소형 선박으로 미국에 기항하지 않는다. 나머지 2척의 용선 선박은 조만간 반선이 예정돼 있다.

미주 노선을 운영하는 SM상선 역시 전체 14척 중 1척(용선·선박 임대)만이 중국산 선박으로 파악된다. 국내 해운업계는 중국산 선박 비중이 극히 낮아 비용 부담 및 선대 운영 측면에 타격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 [제공=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 [출처=삼성중공업]

조선업계는 이번 조치에 따라 발주시장에서 기회가 더해질 전망이다. 한국은 LNG선과 고부가가치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글로벌 해운사의 ‘탈중국’ 수요를 흡수하기에 유리한 위치다. 

한국 조선업계에는 이미 가시적인 수혜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그리스의 캐피탈 마리타임, 대만 양밍해운 등 주요 해운사들이 대규모 컨테이너선 발주를 두고 한국 조선소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입찰에서 중국 조선소는 사실상 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산 선박을 다수 보유한 유럽 선사들도 선박 발주 전략을 수정하며 한국쪽으로 발주 문의를 튼 것으로 업계는 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를 대체할 수 있는 공급처로 한국이 부상하고 있으며, 기술력과 신뢰도 측면에서 분명한 우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USTR의 중국 관련 선박에 대한 제재조치가 한국 조선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분”이라면서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을 가할 것이라는 의지는 전세계의 선주가 확실히 인식했으므로, 향후 발주에 있어 중국 조선소를 선택하는 것은 보다 신중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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