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12년간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88세로 선종한 21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내 영성센터 건물 외벽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이 걸려있다. [출처=연합 ]](https://cdn.ebn.co.kr/news/photo/202504/1660063_673962_4617.jpg)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88세의 나이로 선종했다. 2013년부터 12년간 이어진 그의 헌신적인 봉사가 막을 내렸다. 교황청 궁무처장 케빈 페렐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날 아침 7시 35분에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고 공식 발표했다.
페렐 추기경은 "교황은 삶 전체를 주님과 교회를 섬기는 데 헌신했다"고 강조하며, "신앙, 용기, 보편적 사랑으로 복음의 가치를 실천하도록 우리를 가르쳤다"고 밝혔다. 특히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옹호했다"고 덧붙였다.
교황의 직접적인 사인은 뇌혈관 질환으로, 안드레아 아르칸젤리 바티칸 보건위생국장은 뇌졸중으로 인한 혼수상태와 회복 불가능한 심부전이 사망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평생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했다. 지난 2월에는 폐렴으로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황은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부활절을 앞두고 로마 시내 교도소를 방문하고,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하는 등 대외 활동을 재개했다. 선종 전날에는 "가자지구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휴전을 촉구하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교황청은 고인의 유언에 따라 장례를 간소하게 치를 예정이다. 유해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지하의 간소한 무덤에 안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자신의 교황명을 라틴어로 새겨줄 것을 요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거에 대해 찰스 3세 영국 국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주요 정상들이 애도의 뜻을 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이후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청빈하고 소탈한 행보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는 소형차를 이용하고, 철제 십자가를 착용하는 등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며 가톨릭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황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으로, 주교와 추기경 시절 빈민촌 사목에 헌신했다. 그는 마약과 폭력이 만연한 지역에서도 소외된 이들을 위해 봉사하며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몸소 실천했다.
1282년 만의 비유럽권이자 최초의 신대륙 출신 교황인 그는 진보적인 개혁을 추진하며 가톨릭 내 보수 진영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동성 커플 축복 허용과 같은 결정은 아프리카 가톨릭 사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쟁 지역에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힘썼다.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에 기여하고, 로힝야족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 국제 문제에 대해 평화를 촉구했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등 사회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한국 대전교구의 유흥식 추기경을 임명하는 등 가톨릭 교세가 약한 지역에서도 추기경을 발탁하는 인사 개혁을 단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 평화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 2014년 한국을 방문했으며, 방북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는 못했다.
교황은 최근 몇 년간 건강 문제로 우려를 낳았으나, 자서전에서 사임 가능성을 일축하며 "나는 건강하다. 그저 늙었을 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