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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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되는 '캐즘(Chasm)' 국면 속 국내 배터리 업계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생산 세액공제(AMPC)에 기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및 IRA 축소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수익 방정식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3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74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138.2% 급증한 수치다.

하지만 이는 AMPC 보조금 4577억원을 반영한 결과로, 이를 제외하면 83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의 AMPC 제외 손실은 6028억원이었는데, 이번 분기 손실폭이 줄어든 데에는 보조금 증가 영향이 컸다.

삼성SDI는 같은 기간 AMPC 보조금으로 1094억원을 수령했지만, 영업손실은 434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 2491억원의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한 셈이다.

SK온은 아직 실적 발표 전이지만 업계는 AMPC를 감안해도 영업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은 전 분기 813억원 규모의 AMPC를 받은 바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에서의 공격적 투자로 AMPC 혜택을 꾸준히 받아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홀랜드 단독공장, 오하이오 얼티엄셀즈 1공장, 테네시 얼티엄셀즈 2공장 등 3곳에서 배터리를 양산 중이다. 추가로 오하이오 혼다 합작공장, 조지아 현대차 합작공장, 미시간 랜싱 단독공장, 애리조나 단독공장 등을 건설 중이다.

SK온도 자체 공장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를 운영 중이며 현대차와의 합작공장도 내년 초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을 조기 가동했고, GM과의 합작공장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공사를 시작했다.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감안할 때,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정책이 축소되거나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당장은 AMPC의 수혜가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관련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다만 미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해 별도 예외 없이 125%의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문제는 원가다. 배터리 셀의 주요 소재와 부품이 역외에서 수입되고 있어 관세로 인한 원가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관세가 완성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전기차 수요 회복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외 지역에서 차량을 생산해 미국으로 판매하는 OEM들이 생산 전략을 점검 중이며, 이에 따라 보수적 재고 운영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 역시 "관세 정책의 변동성이 커 구체적 영향 수준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직간접적으로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장기화 시 제품 가격 상승과 수요 위축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 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증가에 주목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계획한 애리조나 ESS 공장을 보류하고 기존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 ESS 라인을 선제 구축해 1년 앞당긴 북미 생산 전환에 나섰다. 삼성SDI도 ESS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미국 내 거점 확보를 본격 검토 중이다.

배터리 3사는 당분간 IRA에 의존한 '방어적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하반기부터는 점진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SDI는 "2분기는 관세 관련 불확실성으로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으나, 1분기 대비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매크로 리스크가 큰 만큼 고객사와 긴밀히 협의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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