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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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미국에서 발효된 '대규모 감세법(OBBBA)'으로 인해 한국 전기차 기업들의 미국 내 판매액이 약 19억 달러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기차 세액공제 조기 종료와 신규 공급망 요건 도입으로 수요 위축이 불가피해, 한국경제인협회는 재정 지원과 세제 혜택 확대 등 정부 차원의 대응을 주문했다.

한경협은 20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OBBBA가 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히 진단했다.

보고서는 대규모 감세법 발효가 국내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와 판매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글로벌 경쟁력 유지와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OBBBA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해 시행되던 청정에너지 지원 정책 다수를 폐지했다. 특히 올해 9월 말로 예정된 한국 자동차·배터리 기업 대상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를 조기 종료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아울러 기존 미국 내 생산 요건만 있던 배터리 생산 세액공제에 신규 공급망 요건이 추가돼 제도 기준이 강화됐다.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전기차 세액공제 전면 종료 시 미국 내 전기차 제조사의 판매량이 최대 37%까지 감소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경협은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내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최대 4만 5000대, 매출로는 19억 5508만 달러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추산했다.

현대차그룹은 북미 전기차 시장 확대를 목표로 조지아주에 8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다. 올해 초부터 현대차 5개 전기차 모델이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돼 투자 기대감이 컸으나, OBBBA 발효로 투자 회수 위험이 커진 상황이다.

한편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는 단순한 구매 지원책을 넘어 핵심광물 원산지, 배터리 부품 구성 비율, 공급망 요건을 통해 공급망 재편을 유도하는 전략적 도구로 활용돼왔다.

한국 배터리 3사는 미국 내 생산거점의 72% 이상을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으로 운영 중이나,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시 수요 감소에 따른 가동률 하락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기존 배터리 생산 세액공제는 미국 내 생산만 요구했으나, OBBBA는 ‘우려 외국기업(FEOC)’ 개념을 확장한 ‘금지 외국기업(PFE)’ 개념을 새로 도입했다. 금지 외국기업에는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 정부 지분 50% 초과 외국통제기업, 제재 대상 기업, 그리고 제재 기업 지분 25% 이상 보유 기업 등이 포함된다. 다만 일정 비율 이하 개입 시 세액공제가 허용돼 한국 기업 영향은 제한적이다.

한경협은 OBBBA 발효로 전기차 보조금 감소가 전반적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국내 전기차·배터리 기업의 생산 기반 유지와 투자를 위해 정책 기금과 세제 혜택 등 재정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3월 50조원 규모 첨단전략 산업기금 설치를 발표했으나, 산업은행법 개정과 기금채권 국가보증 동의안이 국회에서 미처리돼 하반기 집행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 한경협은 법 개정과 보증 동의안을 신속히 처리하고, 산업은행 내 전담 부서를 설치해 기금 집행 시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국가전략기술 R&D와 시설투자, 연구·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는 있으나 법인세 감면 방식의 한계로 영업손실 시 혜택이 제한적이다. 한경협은 직접 환급 또는 환급금 제3자 양도 제도 도입으로 세액공제 유동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해외 생산에 집중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R&D 투자에 집중해 관련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

미국은 배터리 생산 세액공제와 직접 환급 제도를 도입해 자국 내 생산을 적극 장려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경협은 국내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 촉진 세제 도입과 직접 환급, 제3자 양도 제도를 허용하는 산업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2029년 종료 예정인 공급망 안정화 기금 조성 기간 연장과 수출입은행 출연금 활용 등 중장기 리스크 대응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불확실한 글로벌 정책 환경 속에서 국내 기업의 안정적 생산 기반 유지와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의 선제적 재정 지원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전기차·배터리 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도록 종합적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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