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전경. [출처=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출처=대한상공회의소]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지 30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사외이사 활동 현황 및 제도 개선 과제' 보고서를 통해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거래법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7일 밝혔다.

국내 상장사 사외이사는 교수·전직 관료에 편중돼 있으며, 이는 공정거래법상 '계열편입' 규제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2024년 기준 국내 상장사 사외이사의 직군은 △학계 36% △공공부문 14%로 절반 이상이 교수와 관료 출신이며, 경영인 출신은 15%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 S&P 500 기업의 경우 사외이사 중 경영인 비율이 72%, 일본 니케이 225 기업은 52%에 달하는 등 경영 경험이 풍부한 인사가 다수를 차지했다. 학계 출신은 미국 8%, 일본 12%에 그쳤다.

공정거래법상 계열편입 규제는 사외이사의 개인회사가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로 자동 편입되도록 한다. 예외적으로 독립경영 신청이 승인될 경우에만 계열사 편입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기업 현장에서는 유능한 경영·산업 전문가들이 이 규제 탓에 사외이사직 수락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고, 실제 선임이 어려운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2022년 말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해 ‘사외이사 선임 전 지배회사’에 한해 자동 계열편입 규제를 완화했다. 대한상의가 이를 평가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크게 도움됐다’는 응답이 27.7% △‘다소 도움됐다’ 70.2%로, 97.9%가 규제완화가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도움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2.1%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전히 ‘선임 후 지배회사’에 대한 계열편입 규제는 남아 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사외이사의 33.1%가 재직 중 창업계획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37.7%는 회사가 자동 계열편입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외이사직을 사임할 예정이라고 했다. 32.1%는 창업 후 회사 지분을 조만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운영은 적극적…'거수기' 통계는 착시"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외이사=거수기’ 논란에 대해서도 대한상의는 통계 해석의 한계를 지적했다.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1~2023년 510개 상장기업의 사외이사 2,341명을 분석한 결과, 평균 이사회 참석률은 95.8%, 안건 찬성률은 99.1%에 달했다.

이에 대해 기업 현장에서는 안건에 대한 사전 의견수렴 및 조건부 찬성 등 실질적인 활동이 많음에도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다. 사외이사의 84.4%는 이사회 전 사전 토론과 의견 반영 절차를 거친다고 답했고, 55.6%는 안건에 찬성하면서도 부작용 등을 고려한 ‘조건부 의견’을 개진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형식적인 통계에만 의존하면 실제 이사회 운영의 실상을 왜곡할 수 있다"며 "통계 해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성' 확보가 과제

경제개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 사외이사의 이해관계 유무(재직 경력, 학연, 거래처 등)는 2006년 37.5%에서 2024년 16.4%로 21.1%p 감소해 독립성 측면에서는 제도 개선 효과가 뚜렷했다.

하지만 사외이사 제도에 필요한 향후 정책과제로는 △정부 차원의 교육·지원체계 마련(45.0%) △이사의 책임 강화에 대한 신중 접근(28.8%) △공정거래법상 계열편입 및 상법상 재직기간(6년) 제한 규제 완화(26.2%) 순으로 나타나 전문성 강화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최근 정치권이 입법 재추진을 시사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사외이사들의 의견도 나뉘었다. 

설문조사 결과 △연성규범·자율규범 또는 자본시장법 개정 등 신중한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61.9%,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21.9%, △경기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추진 시기를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은 14.4%였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미국·일본 등은 경영인 출신 사외이사 비율이 높고 전략적 시각이 뛰어나다"며 "우리나라는 여전히 독립성만 지나치게 강조해 전문성 측면에서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미래산업 경쟁이 격화되는 지금, 사외이사는 단순 감시자 역할을 넘어 전략적 의사결정 파트너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