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출처=연합]
아파트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출처=연합]

오는 6월30일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와 연면적 1000㎡ 이상 민간 건축물은 ‘제로에너지건축물(ZEB·Zero Energy Building)’ 5등급 수준의 설계를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에너지 절감을 위한 고단열 성능 확보와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등이 필수 요건에 포함된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 부문에 제로에너지건축물 설계를 의무화하기 위한 규제 심사를 마무리하고 오는 6월말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이 제도는 작년 초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재비·인건비 상승과 이에 따른 분양가 인상 우려로 1년6개월간 유예됐다.

정부는 더 이상 시행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탄소 저감이 국제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국내 건축물 역시 에너지 효율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진 영향이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은 건물이 소비하는 에너지와 스스로 생산하는 에너지를 합쳐 실질적인 에너지 사용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1등급(100% 이상)부터 5등급(20~40% 미만)까지 나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공급하는 공공주택에는 지난해부터 ZEB 5등급 의무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반면, 민간 아파트는 5등급의 8090% 수준, 즉 에너지 자립률 1317%를 충족하면 되도록 기준이 일부 낮아졌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선 고성능 단열재, 고효율 창호, 태양광 설비 등 고비용 자재와 설비 도입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가구당 건설비(84㎡ 기준)가 약 130만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며 “연간 약 22만원의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를 고려하면 6년 내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고층 아파트의 경우 태양광 패널 설치 공간이 부족해 외벽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한 외관 훼손과 예산 초과가 문제로 지적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는 25층 기준으로 비용을 계산했지만, 요즘 아파트는 대부분 40~50층에 이른다”며 “옥상이 좁아지면서 태양광을 외벽에 설치해야 하는데 이는 디자인에도 악영향을 주고 공사비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에 국토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보 방식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대체 방안을 마련 중이다. 자체 부지가 부족한 건설사들이 다른 위치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거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부족분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에너지 성능 기준 강화를 통해 중장기적 탄소중립 달성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업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