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항해 모습.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5/1662099_676315_017.jpeg)
일본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조선산업 협력’을 새로운 교섭 카드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조선산업 중시 기조를 고려해, 경제·안보 차원의 기여를 부각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9일, 일본 정부가 미일 관세 협상 과정에서 군함 보수 확대, 기술 협력, 인재 양성, 미국 내 투자 등 조선 관련 협력 방안을 대미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조선 협력안에 대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관세 관련 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실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조선산업이 미일 양국 간 안보 및 경제 협력의 연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 조선산업 점유율에서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 이은 3위 수준으로, 일부 선박에 대한 고부가가치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특히 차세대 연료 선박 개발과 디지털 조선 설계를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어,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자국 조선산업의 성장 기반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내포돼 있다.
닛케이는 “일본이 군함 건조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할 경우, 안보 차원의 기여를 강조할 수 있으며, 이는 방위비 분담을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유효한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관세 완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조선산업의 대미 수출 비중은 미미해 무역불균형 해소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본은 특히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부품 등에 미국이 부과한 25%의 고율 관세와 기본 상호관세 10%의 적용에서 자국을 제외해 줄 것을 지속 요청해 왔다. 미국 측은 일본에 차등 적용된 14% 관세만 협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자동차 관세 철폐 또는 인하를 관세 협상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미일 간 2차 장관급 협상을 진행했으며, 이달 중순 이후 3차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지만 구체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거점을 북미로 이전하거나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미쓰비시자동차는 2015년 이후 중단했던 미국 내 생산을 재개하기 위해 닛산자동차의 북미 공장에서 조립 방식을 검토 중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최근 체결된 미·영 간 무역합의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른 나라의 동향에 대해 언급은 삼가고 싶다”며 “일본은 지금까지의 협의를 바탕으로 정부가 일체가 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미우리신문은 “영국과 일본은 다르다”며, “영국은 미국과 무역수지가 비교적 균형적이고 상호 관세 수준도 낮아 합의 여건이 성숙돼 있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에 대해 연간 10만대에 한해 25% 관세를 10%로 인하하고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도 조정했다. 영국은 이에 상응해 에탄올, 농산물, 기계류 등 시장을 개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