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

미국이 철강·알루미늄에 부과해온 25% 관세를 영국에 한해 철폐하기로 하면서, 한국 철강업계에도 관세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국과의 무역협정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 정부도 그간 적용됐던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철폐를 확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3월 12일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적용된 지 2개월여 만이자, 관세 면제 첫 사례다.


■'美·英' 철강관세 폐지 합의 이유?

미국이 영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부과해오던 25% 관세를 철폐한 배경에는 양국 간 호혜적 시장 개방 협상이 있었다.

영국은 이번 무역 합의를 통해 에탄올, 소고기, 농산물, 기계류 등 자국 시장을 미국에 개방하고, 미국산 제품에 50억 달러 규모의 수출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산업·농업시장 접근 확대, 관세 절차 간소화, 조달 시장 내 미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등 다양한 협력 조치도 포함됐다.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철폐 외에도 영국산 자동차 10만 대에 대해 기존 25% 관세를 10%로 인하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는 상호주의와 공정무역 원칙의 재확인”이라며 “미국과 진정성 있는 협상을 원하는 국가에 비즈니스는 항상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한국을 비롯한 주요 동맹국과의 추가적인 무역 재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철강 관세 협상 확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 "협상 가능성 확인"…韓 철강업계 기대감

한국은 2018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연간 263만 톤까지 무관세로 수출 가능한 쿼터제를 적용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는 이 쿼터제마저 폐지되며, 한국산 철강·알루미늄 전 품목에 25%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총 277만 톤, 금액 기준으로는 35억 달러(약 4조90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국내 전체 철강 수출 중 물량 기준 9.8%, 금액 기준 12.4%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관세 부과는 곧바로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경영 불확실성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철강 수요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철강사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영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철폐한 사례가 ‘협상 가능성’의 신호탄으로 해석되며, 한국 역시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영국의 철강 관세 폐지는 단발성 조치일 수 있지만, 최소한 미국이 협상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한국도 이 기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관세 철폐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안덕근 산업부 장관, 최상목 부총리,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4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출처=기획재정부]
(왼쪽부터)안덕근 산업부 장관, 최상목 부총리,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4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출처=기획재정부]

■ 韓·美 협상, 7월 ‘패키지 합의’ 분수령

한국과 미국 간 철강관세를 포함한 통상 협상의 향방이 오는 7월 8일 전후의 '패키지 합의' 추진 여부에 달려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함께 ‘2+2 통상협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조치 종료 시점인 7월 8일 이전까지 ‘포괄적 합의’를 도출하기로 했다.

한국은 협의 과정에서 무역·투자·조선·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 의지를 설명하고, 철강 등 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 면제 또는 예외 적용을 요구한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를 재확인하며, 자국 산업 보호를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협상은 5월 중순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중간 점검을 거친 뒤, 7월 합의를 목표로 조율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최종 결정은 미국 내 차기 행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