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희 대명소노그룹 명예회장과 서준혁 회장 [출처=대명소노그룹]
박춘희 대명소노그룹 명예회장과 서준혁 회장 [출처=대명소노그룹]

대명소노그룹이 지주사 소노인터내셔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박춘희 명예회장의 '구주매출(기존 주주 지분 매각)'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소노인터내셔널의 기업 가치는 약 3조원으로 평가된다. 박 명예 회장의 지분 전량이 IPO를 통해 구주매출로 나온다면 총수 일가는 1조원 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총수 일가가 이익을 위해 리스크를 투자자에게 전가한다는 인식을 시장에 남길 수 있다. 소노인터내셔널의 IPO가 이른바 ‘먹튀’로 전락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처=소노인터내셔널]
[출처=소노인터내셔널]

◆박춘희 명예회장 지분, IPO 구주매출 카드는

우선 소노인터내셔널의 지분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대주주는 박 명예회장으로 총 주식수 230만2212주 중 33.24%(76만5294주)를 보유하고 있다. 아들인 서준혁 회장이 28.96%(66만6701주), 자사주는 35.93%(82만7157주) 비율이다.

유가증권 상장 조건 중 주식 분산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일반주주 소유비율이 25% 이상 또는 500만주 이상을 넘어서야 한다. 박 명예 회장이 지분 전량을 구주매출로 실행하면 지분 33.24%가 일반주주의 소유로 돌아간다. 이 경우 신주 발행을 최소화해 서 회장의 지분율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구주매출을 통해 대명소노그룹 총수의 자리도 서 회장으로 변경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대명소노그룹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하면서, 박 명예회장을 총수로 지정했다. 소노인터내셔널의 최대 주주로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명예회장은 지난 3월 소노인터내셔널의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하며 공식적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박 명예회장의 임기는 2026년 9월까지로 이를 1년 반 앞당긴 것이다.

이번 IPO가 총수 일가의 승계 작업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미미해 보인다. 그룹의 지배권은 서 회장으로 사실상 승계된 상태이기 때문. 하지만, 상장 후 박 명예 회장의 지분이 서 회장에게 증여되면 시가 기준 과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증여세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종합적으로 IPO의 목적이 총수 변경 및 구주매출을 염두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소노인터내셔널의 구주매출은 △상장 요건 충족 △자금 회수 △증여라는 세 가지 목적에 모두 부합된다.

박 명예회장이 구주매출은 진행하지 않을 이유는 찾아볼 수 없다. 사실상 IPO가 증여 작업을 위한 ‘시장형 우회 통로’로 활용되는 것이다.

기관과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구주매출은 총수 일가의 이익 실현을 위해 새로운 투자자에 떠넘기기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시각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돼 공모 흥행 실패, 상장 후 주가 하락 등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 [출처=대명소노그룹]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 [출처=대명소노그룹]

◆사업전략의 부재…서준혁 회장 경영능력 의문

더 큰 문제는 IPO가 서 회장 체제로 전환되는 시점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서 회장은 지금까지 뚜렷한 성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그가 주도한 신사업은 대부분 실패로 귀결됐다.

대표적으로 외식사업은 연이어 실패했다. 2009년부터 2021년까지 떡볶이 퓨전 레스토랑 ‘베거백’, 치킨 브랜드 ‘스토리런즈’, 화덕삼겹살 ‘미스터 탄둘’ 등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론칭했으나 매출 부진으로 모두 철수했다. 또한, 영화관사업과 결혼정보업 등 문화사업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중단됐다.

해외사업 확대 역시 서 회장의 전략이었지만, 성과는 초라하다. 미국에서 진행했던 럭셔리 네일·스파사업에서는 100억원 이상 누적 손실이 발생했다. 합작투자를 했던 한인 네일·스파업자로부터 계약 위반으로 2023년 7월 5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이로 인해 서 회장은 미국 법원에서 데포지션을 받는 등 법적 리스크에 직면했다.

미국법인 ‘소노 호스피텔리티 LLC’는 2024년 기준 27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프랑스의 호텔도 수익성과는 거리가 먼 상태다. 괌 골프장, 독일 승마장 등의 해외 자산 확보도 외형 확대 외에 실질적 수익 기여는 미미한 상태다.

숙박업과 항공업의 시너지도 아직 구체적인 전략은 없다. 항공권과 숙박을 연계한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의도지만, 티웨이항공과 소노인터내셔널 모두 부채비율이 높고 현금흐름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또한, 항공업은 변동성이 큰 산업으로 무리한 시너지 기대는 오히려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IPO 시장이 민감한 상황에서 구주매출과 오너리스크 조합은 시장이 가장 꺼려하는 그림이다”며 “구주매출을 최소화하고 향후 구체적인 경영전략으로 시장의 호응을 우선시해야 IPO 흥행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명소노그룹 측은 박 명예 회장의 지분에 대한 구주매출 실행 여부에 대해 “구주매출에 대한 계획은 현재로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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