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 [출처=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 [출처=현대자동차그룹]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약한 보호무역주의 및 반(反)바이든 정책이 본격화하고 있다. 수입산 자동차 관세 부과에 이어,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마저 폐지 가능성이 생겼다.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짐에 따라 완성차 제조사들의 대응책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미국에 전기차 전용 신공장을 구축한 현대자차그룹은 증설을 통해 하이브리드 혼류 생산 체제를 갖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4일 자동차 업계 및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 세무위원회는 오는 2026년 말까지 대부분의 전기차 구매에 대한 세금 혜택을 없애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총 세 가지다. ▲신규 전기차 및 트럭 구매 시 제공하던 7500달러 세액 공제 혜택을 2026년 말까지 유지한다. 다만, 올해 혜택받는 대상을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20만대 미만인 제조사의 차량'으로 제한한다.

▲중고 전기차 세액 공제도 종료한다. 내년부터는 4000달러의 세액 공제를 폐지한다. 

마지막으로 ▲7500달러의 상용차 세액 공제 혜택도 올해 종료한다. 이 혜택은 자동차 제조업체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제조사는 리스 제도를 활용해 고객 확보에 열을 올렸다. 시장조사업체 에드먼즈(Edmunds)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전기차 월간 판매의 80%가량이 리스 계약으로 이뤄졌다.

이번 법안 발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공약 연장선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경선 당시 전기차 산업 육성 지원안을 "미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죽음의 행진"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바이든의 지원 정책을 '녹색 사기'로 칭하며, 관련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WSJ는 이번 법안이 통과될 시 이미 미국 판매량이 20만대를 넘긴 테슬라, 포드, 제너럴 모터스(GM), 리비안 등 제조사가 피해를 보며, 기아 또한 한계에 다다랐다고 분석했다. 또한, 시장 조사 업체 JD파워는 전기차 세액 공제가 사라진다면 전기차 평균 가격이 4만5600달러에서 5만1200달러로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미국 신차 가격 인상 요인이 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미 지난달 3일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 중이다. 이에 미국 3대 자동차 업체 중 하나인 포드는 멕시코 생산 모델의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여타 브랜드 또한 가격 할인(인센티브) 혜택을 변경해 대응에 나섰으며, 여름 이후로는 일제히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 인상은 미국 내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자동차 연구 센터(CAR, Center for Automotive Research)는 25% 관세 부과로 신차 평균 가격이 4400달러가량 상승하고, 미국 내 신차 판매량은 연간 최대 200만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전기차 세액 공제마저 사라진다면 전기차 가격은 더 치솟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가격 인상으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이 침체로 전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내 자동차 정책이 급변함에 따라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빠른 주요 제조사에 눈길이 쏠린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올해 연산 30만대 규모의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를 구축했다. 해당 공장은 애초 전기차 전용 신공장으로 설계됐으나,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자 우려가 커졌다.

현대차그룹은 추가 투자 발표를 통해 HMGMA의 생산능력을 연간 50만대로 20만대가량 확장하고, 해당 공장을 하이브리드 혼류 생산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현지 생산 능력을 높여 관세 등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며 선제 대응을 예고했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1분기 컨퍼런스 콜을 통해 "HMGMA 공장에 내년도부터 하이브리드가 투입이 된다"면서 "20만대 CAPA가 늘어난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EV나 하이브리드나 다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물량 등으로 대응해서 공장의 가동률이라든지 공장 운영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세액공제마저 폐지된다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침체에 빠질 것"이라면서 "하지만 미국 내 상황상 해당 법안이 통과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혜택이 없어져도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한 현대차그룹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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