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중심이던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 소재 자회사 4곳을 품으며 실적 체질 개선에 나선다. 올해부터 이들 자회사의 실적이 연결 기준에 반영될 경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 가까이 급증하고, EBITDA(감가삼각 전 영업이익)도 20% 넘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형보다 이익 성장폭이 더 큰 구조로 전환되면서 SK에코플랜트는 단순한 매출 중심의 사업을 넘어 '수익의 질'을 높이는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3일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SK레조낙 ▲SK트리켐 등 SK머티리얼즈 산하 비상장 자회사 4곳을 편입한다고 공시했다. 편입 방식은 소규모 주식교환과 현물출자를 병행하며, 거래는 2025년 12월 초 마무리될 예정이다.
편입 대상 기업들은 반도체 노광, 식각, 증착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고수익 전문기업들로, 2024년 기준 합산 매출은 3523억원, 영업이익은 931억원, EBITDA는 1175억원에 달한다. 해당 실적은 2025년부터 SK에코플랜트의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 경우 SK에코플랜트의 연결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기준 연결 매출 9조 3176억원에 자회사 실적을 단순 합산하면, 매출은 9조 6699억원으로 3.8% 증가한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347억원에서 3278억원으로 39.7% 급증하게 된다.
기존 영업이익률은 2.5% 수준에 그쳤지만, 자회사 편입 이후에는 3.4%로 상승할 전망이다. 매출 증가율보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10배 이상 높은 점은, SK에코플랜트가 본격적인 수익성 중심의 구조 전환에 성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BITDA 역시 5704억원에서 6879억원으로 20.6% 늘어나며, 양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이익 체질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편입은 현금흐름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회사들의 2024년 기준 영업현금흐름은 1043억원, 잉여현금흐름은 627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를 2025년 연결 기준에 반영하면, SK에코플랜트의 전체 영업현금흐름은 1432억원에서 2475억원으로 72.8% 증가하게 된다.
또한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온 잉여현금흐름 적자 역시 크게 완화된다. 2024년 기준 적자 규모는 약 1919억원이지만, 편입 이후 1292억원 수준으로 줄어들며, 투자 여력과 재무 유연성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회사 편입에 따라 총차입금은 6조7350억원에서 6조9259억원으로, 순차입금은 4조9630억원에서 5조1121억원으로 각각 증가한다. 하지만 EBITDA 증가 폭이 이를 상회하면서, 핵심 재무 지표는 오히려 개선되는 흐름이다.
특히 순차입금 대비 EBITDA 비율은 기존 8.7배에서 7.4배로 개선될 전망이다. 이는 SK에코플랜트의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한 부채 상환 능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뜻하며, 신용도 평가나 향후 투자 유치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NICE신용평가는 "이번 편입은 수익성과 현금창출력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며, "연결 기준 EBITDA/매출 비율이 6% 이상, 순차입금/EBITDA 비율이 4배 이하로 유지될 경우 신용등급 상향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업계는 SK에코플랜트가 추진 중인 IPO(기업공개) 또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친환경 사업, 데이터센터, 배터리 재활용 등으로 이미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온 가운데, 이번 반도체 소재 자회사 편입은 이익구조 자체를 고도화하는 결정적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25년은 SK에코플랜트가 단순한 건설사(EPC)를 넘어 고수익 첨단소재 복합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가늠할 결정적 해가 될 것"이라며 "이번 체질 개선이 성공한다면 IPO를 포함한 중장기 전략 수립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