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올해 1분기 부동산신탁업계가 대손비용 급감에 힘입어 분기 흑자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영업수익과 토지신탁보수는 각각 2020년 이후, 201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구조적 수익 기반은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 축소와 경쟁 심화, 자본력 열위,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시적 손실 완화보다는 수익원 다변화와 자본 확충,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가 업계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19일 한국신용평가가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과 KB부동산신탁, 코리아신탁, 우리자산신탁, 교보자산신탁 등 국내 14개 부동산신탁사는 올해 1분기 순이익 총 72억원을 올렸다. 지난해말 4055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낸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등이다. 

그러나 수치를 하나씩 들여다보면 이번 실적 개선은 본질적인 수익구조의 회복이라기보다는 대손비용의 급감이라는 외생적 변수에 기댄 '반짝 성과'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핵심 지표부터 살펴보면, 1분기 전체 영업수익은 3703억원으로,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는 부동산신탁업계의 핵심 수익원인 토지신탁보수가 크게 줄어든 데 기인한다. 1분기 토지신탁보수는 1225억원으로, 2017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점이었던 2022년 4분기(2430억원)와 비교하면 무려 49.6%나 감소했다. 다시 말해, 토지신탁 시장 규모는 2017년 이전 수준으로 후퇴했고, 같은 기간 동안 신탁회사 수는 11개에서 14개로 늘며 경쟁 강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이런 구조적인 수익원 약화는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흑자의 핵심 배경은 대손비용의 급감이다. 1분기 대손비용은 1510억 원으로, 전분기 3527억원 대비 57%나 감소했다. 연초 기준으로도 전년 동기 2107억 원보다 28.3% 줄어든 수치다. 분기 실적이 적자였던 신탁사는 14개사 중 5개사로, 직전 분기 10개사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실적 개선 폭이 두드러진 곳은 신한자산신탁과 KB부동산신탁이었다. 각각 54억원, 86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의 회복을 이뤘는데, 두 회사 모두 이전 분기에 대규모 대손부담을 인식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해석된다.

반면 교보자산신탁, 무궁화신탁, 우리자산신탁, 코리아신탁, 신영부동산신탁 등은 적자를 냈다. 특히 교보는 –499억원, 우리자산신탁은 –13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체 산업 실적은 일시적으로 개선됐지만, 기업 간 성적은 뚜렷한 양극화를 보였다. 부채비율을 봐도 마찬가지다. 대신, 대토신, 무궁화, 신한, KB, 한투 등 6개사는 100%를 초과했으며, 무궁화신탁은 193.8%, 신한은 148.5%까지 치솟았다. 전반적으로 재무안정성이 확보됐다고 보긴 어렵다.

신탁계정대 잔액 증가 속도도 둔화됐다. 2025년 3월 말 기준 잔액은 약 78.5조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531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2024년 분기당 평균 증가폭(약 7000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차입부채는 327억원 증가에 머물러 조달부담은 다소 완화됐지만, 이는 신규 수주 실적이 위축되고 기존 수주 사업장이 속속 준공을 맞이하며 신탁자금 투입 필요성이 줄어든 결과일 뿐이다. 만약 분양성과가 지연되면, 이 자금 회수 역시 늦어져 대손부담이 다시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가 처한 또 다른 도전은 규제 리스크다. 금융당국이 개정한 금융투자업규정은 신탁사의 자본적정성을 보다 엄격히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책준형 개발신탁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중소형 신탁사들에게는 상당한 제약이 될 수 있다. 외형 확대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필수적이며, 이는 신용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리포트에서 향후 신용평가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할 세 가지 요소를 명확히 제시했다. 첫째는 자본력 확보 수준이다. 영업기반 확보와 재무 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사업장 정리현황과 리스크관리 수준이다. 기존 재무부담뿐 아니라 잠재 위험까지 고려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병행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 여부다. 산업환경 악화와 경쟁 격화, 수주 감소라는 삼중고 속에서 수익창출력 저하가 지속되면, 기업 신용도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신탁업계가 진정한 의미의 '턴어라운드'를 실현하기 위해선 수익원 다변화, 자본 확충, 그리고 리스크 통제 시스템 고도화가 필수적"이라며 "그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이번 분기의 흑자는 오히려 다음 분기의 반전을 예고하는 착시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는 "수익성보다 더 우려되는 건 사업 기반의 지속 가능성"이라며 "지금처럼 토지신탁 시장이 축소된 상태에서 기존의 보수 중심 모델만으로는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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