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기사와 무관.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5/1661782_675944_225.png)
부동산 경기 부진과 건설사 신용위험 확대로 ‘책임준공형(책준)’ 부동산신탁사업장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면서, 신탁사들의 재무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책준 기한 내 준공 실패에 따른 소송 리스크가 불거지며, 일부 신탁사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원리금을 대신 인수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7일 한국신용평가가 7개 주요 부동산신탁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2024년 말 기준 책준 사업장 142개 중 43곳(30.3%)이 기한 내 준공을 하지 못한 '기한내미이행' 상태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85개 사업장에는 이미 신탁계정대 9,099억 원이 투입됐으며, 미이행 사업장 PF 잔액만도 1조6,128억 원에 달했다
◇책임준공 리스크, 2024년 업계 적자 직격탄
2024년 한 해 동안 부동산신탁사 업계는 6,434억 원의 합산 순손실을 기록, 전년 대비 8,690억 원이 감소했다. 전체 자본 대비 약 11%의 손실이다. 14개 주요 신탁사 중 절반가량인 6곳이 적자를 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책임준공 미이행에 따른 대손 비용을 반영한 결과다. 신탁계정대에 대한 외부 차입이 늘면서 부채비율도 2023년 말 대비 29%p 상승했다.
특히 금융계 신탁사들의 재무부담이 두드러진다. KB부동산신탁, 교보자산신탁 등은 유상증자 및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섰지만, 신탁계정대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책임의 덫'…기한내 준공 실패, 소송 현실화 조짐
보고서에 따르면 책준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은 본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PF 대주단과 신탁사 간 손해범위 해석에 온도차가 큰 가운데, 대주단은 계약서상 손해 범위를 ‘PF 원리금 전액’으로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신탁사들은 “준공 지연에 따른 연체이자 및 사업성 저하분만 해당된다”는 입장이다.
2025년에는 이와 관련한 소송 리스크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보고서는 S2 시나리오에서, 모든 기한내 미이행 사업장이 패소 시 PF 원리금 1.6조 원을 신탁사가 인수하고, 대손부담은 5,644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신탁사들의 자본 대응력을 넘어서는 충격이 될 수 있다.
◇“2025년엔 부담 완화되겠지만…S1·S2 시나리오 모니터링 필요”
보고서는 기본(Base) 시나리오에선 2025년 추가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사업장 준공과 수주 감소로 신탁계정대 잔액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S1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중소 건설사 부도 및 지방 분양 침체가 재무 부담을 다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책준형 신탁계정대 충당금 설정률은 66%로 차입형(14%) 대비 네 배 이상 높아, 손실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크다. 특히 책준형 사업장이 집중된 금융계 신탁사는 구조적 취약성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신탁사들이 단기적인 자금 대응뿐만 아니라, 책임준공 의무를 과도하게 부담하는 현행 구조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장기적으론 책임준공 사업장에서의 신탁사 위험분담 방식을 조정하고, 외부 자본유치 또는 분양촉진 전략 등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책임준공형 사업의 구조적 부담이 표면화된 이상, 단순한 자본 확충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며 “신탁사의 리스크 부담을 조정하는 제도적 보완책과 함께, 수익구조 전환에 대한 고민이 병행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금융 전문가는 “현재 일부 책임준공 사업장은 이미 소송에 직면했으며, 2025년에는 그 결과에 따라 신탁사 전체에 중대한 재무 충격이 미칠 수 있다”며 “이제는 책임준공 리스크를 단순한 개별 사업 리스크가 아니라 시스템 리스크로 인식하고, 업계 차원의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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