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건설사의 재무 건전성과 수익성을 가르는 핵심 요소다. 특히 금리 상승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되면서 건설사들은 책임준공 부담을 줄이고 본PF 전환을 앞당기는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EBN>은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부동산 PF 전략을 분석해 리스크 관리 기조와 수익성 확보 방안을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제공=삼성물산]
[제공=삼성물산]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 건설사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대를 기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철저한 리스크 통제와 안정적인 수주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건설사에 불리한 책임준공을 최소화하고, 빠른 본PF(프로젝트 파이낸싱) 전환을 통해 금융부담을 낮추며 재무 건전성을 강화한 점이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수익성이 확실한 사업장만 골라 수주하는 깐깐함이 삼성물산의 차별점으로 작용하며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미청구공사 규모가 다시 2조 원대로 증가하면서 공사비 회수 문제는 숙제가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24년 연결 기준 연간 매출 18조 6547억원, 영업이익 1조 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 등 어려운 업황을 감안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래미안' 브랜드의 독보적인 경쟁력이 부각된 결과라 할 수 있지만, 삼성물산만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보수적인 수주 전략 역시 지난해 실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특히 리스크 통제는 삼성물산의 단기적인 실적을 넘어 11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를 고수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 중에서도 책임준공 약정이 단 두 건에 불과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책임준공은 건설사가 공사의 완성까지 전반적인 책임을 지는 의미로, 공사가 제때 마무리되지 않으면 시공사가 보상해야 하며, 시행사가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시행권을 인수해 준공까지 안전히 수행하는 제도를 말한다. 건설사들에겐 꽤나 불리하지만, 수주 물량 확보, 원활한 공사자금 조달, 미분양의 최소화 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책임준공 약정을 맺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이러한 책임준공 약정에 신중하게 접근하며, 지난해 기준으로 단 두 건의 책임준공 약정만 체결했다. 리스크가 크지 않은 기타사업으로 책임준공 미이행시 채무인수가 아닌 손해배상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채무인수의 경우 대출과 사업 지연에 따른 배상금까지 포함돼 건설사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손해배상 방식은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실만 감당하면 되므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일부 정비사업장에서 삼성물산의 이러한 보수적인 접근이 조합원들의 '책임준공 요구'와 충돌하며 논란이 되기도 하지만, 삼성물산은 사업비 조달 능력과 보상금 지급 등의 대안을 제시하며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삼성물산의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삼성물산이 책임준공을 기피하면서도 정비사업 수주 경쟁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수주 물량 확대에 제약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건설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물산의 또 다른 강점은 PF우발채무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삼성물산의 PF우발채무 규모는 2조 451억원으로, 같은 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가 3조 6000억원에 달해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다. 또한, PF 대출 보증이 이뤄진 곳은 서울, 수원, 부산, 울산 등의 정비사업장으로, 사업성과 수익성이 보장된 지역 중심으로 수주 및 PF보증이 진행됐다. 특히 리스크가 높은 브릿지론 채무는 '제로'로, 모든 사업장이 본PF 전환을 완료해 금융 부담이 낮은 상태다. 브릿지론은 본PF로 전환되기 전 단기 자금 조달을 위해 시행사가 금융권에서 대출받는 방식으로, 금리가 높고 만기가 짧아 리스크가 크다.

그러나 삼성물산에도 리스크 요인은 존재한다. 지난해 미청구공사 규모가 2조 원을 넘어선 점이 대표적이다. 2020년 2조원을 정점으로 공사비 회수 전략을 통해 2023년 말 1조 8000억원 대까지 낮췄으나 지난해 다시 2조원을 초과했다. 미청구공사는 시공사가 발주처에 아직 청구하지 않은 금액으로, 공정률에 따라 자금 유입이 이뤄지기에 재무제표상 유동자산으로 분류된다.

다행히 공사비 미청구 사업장 대부분은 계열사 발주 프로젝트로, 발주처에서 인정하지 않거나 예정 원가를 과소 설정했을 경우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가 발주한 평택P4 신축공사(2550억원), 평택P4 Ph2(308억원) 등이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부터 계열사 발주 사업장에서 공사비 회수가 빠르게 진행되며, 지난해 3분기까지 8000억원에 달했던 계열사 미청구공사액은 연말 기준 2800억원 대로 대폭 감소했다.

그러나 해외 사업장에서의 미청구 공사금액이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각의 사업장 규모가 작지 않기에 공사비 회수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에 따라 미수금이 발생하고 진행률에 따라 자금이 유입되는 구조이므로 해외 수주가 증가하면서 미청구공사 금액도 늘어났을 것"이라며 "삼성물산은 현금성 자산이 충분하고, 전체적인 재무 구조가 탄탄한 만큼 재무적 어려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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