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부실 정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직면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부실 PF에 대한 상반기 정리시한을 설정하고 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전 금융업권에 매각·상각을 압박하고 있지만 부실 PF 정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매수세가 살아나지 않자 부실 사업장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으며,  은행들은 신규 PF 대출 창구를 빠르게 닫고 있다. 하반기 리파이낸싱을 기대하던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 창구는 더 좁아지는 모습이다. 

12일 금융투자협회 정보공개 플랫폼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금융권에서 매각을 추진 중인 부동산 PF 사업장은 총 396개로, 익스포저 규모만 6조 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월(384개 사업장·6조 7000억원) 대비 사업장 수는 늘고, 익스포저는 다소 줄어든 수치로, 단기 상각보다는 매각 시도가 주를 이룬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1월(195개 사업장)과 비교하면 넉 달 만에 두 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PF 사업장의 대리금융기관 역할을 맡은 업권 중에서는 저축은행이 124개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체 사업장의 31.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어 새마을금고(104개), 증권사(64개), 농협(39개) 순이었다. 대리금융기관은 통상 해당 PF에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한 주채권은행으로, 책임과 리스크가 동시에 집중된다.

문제는 저축은행 등 대출 주체들이 부실 자산을 털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신규 PF 대출까지 사실상 중단됐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저축은행들을 향해 부실 PF 자산을 6월 말까지 정리하라는 지침을 내렸고, 이행되지 않을 경우 임직원 제재도 검토하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한 "기존 부실 사업장을 털어내기 전까지 신규 PF 대출은 지양하라"는 취지의 비공식 통보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대출 창구를 닫았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뿐 아니라 생명보험사, 캐피탈, 심지어 시중은행까지도 부동산 PF 익스포저에 대한 모니터링과 내부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제는 금리 수준과 무관하게 건설사 입장에선 자금을 빌릴 수 있는 길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리파이낸싱을 앞두고 있는 건설사로선 자금 확보에 경고등이 켜졌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 만기 연장 및 금리 재조정을 염두에 둔 곳이 많았지만,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가 터지면서 시장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계속되는 건설업 신용 리스크에 ABS·회사채 발행 등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차환 부담이 커지면 흑자 도산이나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일부 지역에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부산·전북·광주·경남은행 등 지방은행 5곳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24년 2월 0%대에서 올해 2월 기준 최대 13.4%까지 치솟았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전방위 자금 조달 수단이 모두 막힌 상황에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초과한 구조가 고착되면 건설사들의 존속 가능성 자체에 의문이 붙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업계는 금융당국이 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부실 사업장 매각과 동시에 투자자 유입 유도 등의 '이중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부실 PF를 매입하는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이나 보증지원 등의 유인을 제공하고, 정상 사업장에 대해선 신용평가 기준을 완화하는 등 선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 없이 일방적인 구조조정만 강행할 경우,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 위축으로 오히려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고 보고 있다. 

또한 금융당국이 PF 리스크를 '자산 단위'가 아닌 '차주 단위'로 확대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PF 부실을 떠안은 건설사의 자금 조달 채널이 동시에 닫히면서 구조적 부실로 전이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사 재무담당 임원은 "지금 건설업 시장은 사업성보다 유동성과 신용도가 존속 여부를 결정짓는 구조"라며 "정상 PF 사업장조차 자금난에 휘말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실질적인 구조조정 방향성과 유동성 지원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건설사 도미노 줄도산 현상이 더욱 짙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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