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공=연합]
▶  [제공=연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또 다시 구조적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제2금융권의 부실 확대와 중소 건설사들의 연쇄 도산이 가시화되고 있다. 반복되는 위기의 이면에는 고착화된 PF 조달구조가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강화와 함께 자본 확충을 병행하는 개선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자본조달 구조의 전환을 위한 방안으로 ‘프로젝트리츠(Project REITs)’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PF 구조는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건설사 주도의 시행·시공 일괄 체제에서 분리 구조로 전환됐다. 이후 2000년대에는 시행사의 차입금에 대해 건설사가 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이 정착됐고, 2010년대 들어서는 증권사와 제2금융권이 자금 공급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자기자본 비율은 평균 3%대에 불과하고, 보증에 의존한 자금조달 구조는 사업성보다는 보증인의 신용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양산했다. 특히 브릿지론을 중심으로 한 단기 차입 구조는 사업 안정성을 크게 훼손해왔다.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PF사업의 자기자본 조달 비중이 3.2%에 불과한 반면, 미국·일본 등 주요국은 30~40%에 달한다”며 “사업 성공의 수익은 독점하면서도 위험은 구조적으로 전가되는 비효율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증권사의 NCR(영업용순자본비율) 산정 방식 변경, LTV에 따른 위험가중치 차등화, 자기자본 비율 요건 강화 등 금융권 리스크 관리 방안을 본격 추진 중이다. 동시에 프로젝트리츠 제도 도입을 통해 PF 사업의 자본구조를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프로젝트리츠는 개발부터 임대·운영까지 아우르는 구조로, 공모·사모를 통한 자본 조달이 용이하고 기존 PFV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높은 점이 특징이다. 리츠법상 차입한도는 자기자본의 10배까지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투자자 보호 등을 고려해 보수적인 레버리지 운영이 이뤄진다.

한신평은 “프로젝트리츠는 브릿지론의 차환리스크를 줄이고, 사업 종료 후 분양·매각이 아닌 임대 운영 기반의 장기화된 자금조달 구조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다양한 투자자에게 지분참여 기회를 열어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 역시 기존 PF와 차별화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프로젝트리츠 활성화를 위한 과제도 적지 않다. 개발 기간 중 수익이 발생하지 않음에 따라 배당과 이자 지급에 제약이 생길 수 있고, 직접금융시장 진출을 위해선 일정 수준의 신용도 확보가 필수다.

실제 한신평에 따르면 A급 신용등급을 보유한 부동산운용 리츠의 평균 자산규모는 1조 4,692억원, 차입금 의존도는 49%에 달하는 반면, BBB급 수준인 대형 시행사는 자산규모 1조 131억원, 차입금 의존도 26%로 나타나 신용도 격차가 두드러진다. 이는 인허가, 분양, 준공 등 개발 리스크가 신용등급에 직접 반영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미국, 싱가포르, 독일 등 주요국은 리츠의 개발사업 참여를 일정 비율로 제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과거 프로젝트리츠의 부실 경험 이후 관련 규제가 강화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프로젝트리츠의 내재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 리츠의 대형화와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일본과 싱가포르의 스폰서리츠, 미국의 업리츠(UPREITs)는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정승재 한신평 연구위원은 "국내 리츠는 대부분 단일 자산 중심의 소형 리츠에 머무르고 있어, 대형화와 다각화 없이는 개발사업 리스크를 흡수하기 어렵다"며 "한국형 업리츠 모델을 통해 실물자산과 개발포트폴리오를 아우르는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리츠 시장은 GDP 대비 상장 리츠 시총 비율이 0.3%에 불과해 제도적 기반만 갖춰진다면 향후 성장 여력이 크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정승재 한신평 연구위원은 "국내 리츠 시장은 아직 성장 초입 단계에 있어 제도 정비와 투자 기반만 갖춰진다면 향후 확대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프로젝트리츠를 포함한 리츠 다양화가 이뤄질 경우, 부동산 시장의 자본 구조 개선과 함께 개인·기관 투자자의 참여 확대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