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레이드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출처= 연합]
넥스트레이드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출처= 연합]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 출범 당시 기대했던 증권사 경쟁력 제고 효과에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복수 거래소로 인한 전산 투자 비용 부담으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양극화가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4일 국내 첫 ATS인 넥스트레이드 시장이 열려 현재 교보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유안타증권, 키움증권, 토스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KB증권, LS증권, NH투자증권 15개 증권사가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양 시장 주문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거래소 단일 시장 주문을 처리하는 증권사는 수수료 등의 제한적인 경쟁만 했으나, 복수거래소의 등장으로 투자자의 주문을 가격, 거래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거래소를 선택해 주문을 집행하기 위한 ‘최선집행기준’을 수립하고 투자자에게 차별화된 전략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최선집행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증권사는 '자동주문전송(SOR·Smart Order Routing)'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SOR 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키움증권 1곳에 불과하고 8개 증권사가 넥스트레이드의 SOR 시스템을, 6개 증권사가 코스콤의 SOR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같은 업체의 SOR 시스템을 사용한다고 해도 증권사마다 주문집행 기준을 다르게 설정한다면, 각 증권사의 개별 전략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맞춤형 설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강소현·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의 조사에 따르면 15개 증권사는 공통적으로 가격, 거래비용, 매매 체결가능성의 3가지 항목을 최선집행기준으로 고려하고 있고, 기존 물량과 즉시 체결되는 주문인 Taker Order는 총금액을 중심으로 최선집행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사실상 증권사간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강 연구위원은 “현재의 최소호가단위 구조와 거래비용 체계에서는 Taker Order의 총금액이 동일하게 산출될 가능성이 극히 낮아, 사실상 총금액 기준에 따라 체결이 결정되고 차선의 기준까지 고려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Taker Order에서 증권사간 유의미한 차별성이 나타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투자자는 별도지시를 통해 증권사의 기본적인 주문집행 기준 외에 본인의 선호나 전략에 따라 세부 조건을 지정할 수 있는데 현재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별도지시 항목 활용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본적인 최선집행기준만으로는 증권사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기 어렵지만 별도지시 항목의 정교화하고 차별화하는지에 따라 서비스 경쟁력을 효과적으로 부각시키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물론 아직 복수 거래시장 체제가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각 증권사의 SOR 시스템도 더욱 고도화가 예상된다.

실제로 넥스트레이드 거래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개설 초기 하루 거래 대금 규모가 100억원에 못 미치기도 했으나 이달 14일에는 처음으로 6조원을 넘어섰다.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이용자가 많아진다면 그만큼 이용자에게 편리한, 이용자의 수요에 맞춘 서비스로 개선될 수밖에 없다.

다만 복수 거래시장 체제 시스템 고도화가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간극을 더욱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

올해 1분기 증권업계 총 전산운용비는 27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했다. 이 중 키움증권은 1분기에만 300억원이 넘는 전산운용비를 기록했다. 키움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가량 전산운용비를 증액했다.

전산운용비 상위 증권사들은 대부분 대형증권사다. 키움증권에 이어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정도가 분기당 100억원 이상을 전산운용비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는 연간 전산운용비가 100억원 미만인 곳들도 많았다.

현재 초대형 증권사들이 연간 1조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는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적자를 간신히 모면할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산운용비에 대규모 투자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투자자들도 많아지고 복수시장이 되면서 거래도 복잡한 환경이 되면서 전산 투자도 더 많아지고 있다”며 “SOR로 차별화할 수 있지만 중소형사가 SOR시스템에 적극 투자해 차별화 경쟁력을 갖추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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