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로비에 걸려있는 현수막 모습. [출처= 최수진 기자]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로비에 걸려있는 현수막 모습. [출처= 최수진 기자]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가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시장을 독점해왔던 한국거래소(KRX)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복수거래시장 시대에서 경쟁력을 키워야하는 한국거래소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내부 불만만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 시장을 통한 주식 매매 거래량은 한국거래소 시장 거래량의 15%를 넘고 있다. 6월 한국거래소 시장 거래량은 약 16억3316만주였는데 넥스트레이드 거래량은 3억1068만주로 ATS 비중이 19%에 달했다.

7월 들어 지난 23일까지 ATS 비중은 다소 줄었으나 16% 이상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한국거래소보다 넥스트레이드에서 더 많은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23일 NHN KCP의 경우 한국거래소 거래량이 1119만1937주였으나, 넥스트레이드 거래량은 1165만5908주로 집계됐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23일 거래량도 한국거래소 시장에서 1568만7058주가 거래됐는데, 넥스트레이드 거래량 비중이 45%(708만561주)에 달했다.

해외에서 ATS가 도입된 사례를 보면 넥스트레이드가 3개월여 만에 점유율을 이정도로 끌어올린 것은 이례적이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 복수거래시장 체제로 전환했으나 10년 이상 정체기를 겪었고 최근에서야 3개 ATS의 합산 점유율이 10%에 근접했다. 넥스트레이드 출범 초기에도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거래소 안착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예상과 달리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ATS를 활용하면서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다자간매매체결회사에겐 △경쟁매매 방법 △한국거래소에서 형성된 매매가격 사용 △매도자와 매수자의 호가가 일치하는 경우 그 가격으로 체결하는 방법 등 세 가지의 매매 방식이 허용되고 있다.

이중 경쟁매매 방법은 ATS의 6개월간 일평균 거래량이 한국거래소 거래량의 15% 이하이고, 개별 종목의 경우 해당 종목의 한국거래소 거래량 대비 일평균 점유율 30% 이하여야 한다. 시장 개설 6개월이 지난 오는 9월경에는 자본시장법상 넥스트레이드를 통한 거래가 제한되는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법적인 상한선에 맞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거래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수반돼야 하고 이는 투자자의 거래 편의성을 훼손하고, 시장에 불확실성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이러한 규제를 유예하는 등의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한국거래소다. 대체거래소와 경쟁을 하는 한국거래소 입장에서 넥스트레이드의 가파른 성장은 부담이다. 한국거래소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거래시간 확대, 수수료 인하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거래소 직원들의 반발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최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지부는 서울사옥 로비에 한국거래소의 미래가 운명을 다했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담긴 현수막을 달았다.

특히 한국거래소 노조는 거래시간 연장, 시장관리에 따른 업무 부담이 과중함을 토로했다. ATS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일부 상품에 대해서 매매를 제공할 뿐 시장감시는 한국거래소가 전담하고 있다. 갈수록 불공정거래도 복잡해지고 있는 만큼 시장감시 업무에 많은 인력과 고도화된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거래 시간도 늘어난다면 시스템 확충 등 각종 업무가 늘어나게 된다. 한국거래소는 넥스트레이드와 경영협약을 맺고 시장 안착을 지원하는 입장이었으나 오히려 넥스트레이드의 급성장에 선의의 지원이 경쟁력을 잃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넥스트레이드 시장 매매 지원을 하는 증권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오는 9~10월경 국내 28개 증권사들이 대체거래소 정규장에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외국계 증권사도 참여 가능성이 높다.

한국거래소는 물론 대체거래소에서도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수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해당 기회를 활용할 계획이다.

복수거래시장 체제에서 경쟁을 통한 투자자 거래편의 향상과 자본시장 유동성 확대를 위해 기존의 대체거래소 거래량 제한룰은 개선될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거래소도 빠르게 대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경영진과 직원들의 불협화음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거나 인력 유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까지일지 몰랐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대체거래소가 안착됐다”며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많지만 복수거래시장 체제에 투자자들이 익숙해진 만큼 각 거래소의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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