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6151_681051_1839.jpg)
이재명 대통령이 공정한 자본시장으로의 신뢰 회복을 강조하면서 증권·파생상품 시장을 운영하고 감시하는 한국거래소(KRX)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시장감시위원회 직원들과 현황을 점검하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재명 정부에서는 불법을 저질러서 돈을 벌 수 없고, 불법을 저질러서 돈을 벌면 몇 배로 물어낸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며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첫날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또 “국장(한국증시) 탈출은 지능순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다 해외로 나가고 그랬는데 이제 국장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지능순이라는 얘기가 나오게 해야 한다”며 “한국거래소가 시장 정상화를 위한 1차 전초기지로,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해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현재 한국 주식시장에서 거래는 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NXT)를 통해 가능하지만 거래를 제외한 상장 심사, 시장 감시, 청산 결제는 한국거래소가 전담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이상거래를 파악해 감독당국에 혐의를 통보하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차단이 한국거래소에 달려있는 셈이다.
오랜 기간 한국거래소가 시장 감시 등의 업무를 해왔음에도 자본시장 내 불공정한 거래가 끊이지 않으면서 한국거래소의 불공정거래 감시 역량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져왔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직접 휴대폰으로 삼부토건 주가 그래프를 띄우며 한국거래소가 단기간에 급등한 것을 시스템상 적발하지 못한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2023년에도 주가조작 세력이 다수의 종목에 2년 이상 장기간 시세조종을 일삼은 라덕연 사태,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 등 연이은 대형 주가조작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주식시장을 뒤흔든 주가조작 사태를 한국거래소가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신뢰를 잃기도 했다.
한국거래소는 해당 사태 이후 1년에 200% 상승하고 매매양태가 불건전한 종목을 대상으로 ‘초장기 불건전’ 시장경보제도를 도입하는 등 감시제도를 고도화해나가고 있으나 불공정거래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지능화돼 모니터링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세조종 혐의자 수는 2022년 15명, 2023년 25명, 2024년 42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내·외부에서도 감시 인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인력도 2022년 935명에서 2024년 967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고도화되고 복잡해지는 불공정거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감시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AI를 활용한 차세대 감시 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하지만 현상황에서 당장 적용이 어렵다. 이 대통령 역시 “결국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인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한국거래소가 공공에 도움이 되는 업무를 하고 있지만 민간 기업인만큼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순이익이 지난해 280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8%나 감소해 인력을 대거 확대하기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하고 있다.
불공정거래 시장 감시의 역할 강화 외에도 한국거래소가 기업의 상장과 퇴출에서도 보다 명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증시 상장 기업들은 2600여개로 주요 선진국 대비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종목들의 경우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즉, 좀비기업들이 증시 밸류에이션은 낮추면서 순환이 돼야 하는 일부 투자자금을 움켜쥐고 있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을 통해 상장 첫날부터 급락하는 공모주 잔혹사를 해소하겠다며 상장기업 수 확대 중심의 양적 정책에서 시장체질 개선을 위한 질적 정책으로 전화하고 상장 초기 과도한 손실발생 방지를 위해 환매청구권 등 실효성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자본시장의 밸류업을 위한 좀비기업을 적시 퇴출하고자 상장폐지 요건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폐지 절차도 효율화했다. 또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을 확대하고 수요예측 참여자격 및 방법을 합리화 하는 등 IPO 시장 건전성 제고도 예고했다.
다만 한국거래소가 대기업의 물적분할이나 중복상장 등에 대해서도 투자자 보호에 중점을 둔 결정을 해야 한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상장 등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승인이 기존 주주들 보호 역할을 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성장 전략에 대해 거래소가 엄격하게 심사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의 투자자 보호 정책이 상법 개정 등으로 명확해지면 거래소도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상장 심사를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