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용산타워. [출처= 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6624_704688_1041.jpg)
이재명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다각적인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LS가 미국 계열사 에식스솔루션즈의 코스피 상장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중복상장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중요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회사가 상장되면 기존에 상장된 모회사의 주주가치가 훼손되기 때문에 중복상장, 쪼개기상장 문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복상장 등으로 투자자가 국내 상장기업에 믿고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문제삼아왔던 만큼 LS의 이번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여부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식스솔루션즈는 지난 7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청구 신청서를 접수했다.
에식스솔루션즈의 최대주주는 미국 슈페리어에식스(지분율 79%)로 1930년 미국에서 설립된 전선회사로 당초 나스닥에 상장돼 있었으나, 2008년 LS그룹이 인수했다. 슈페리어에식스는 LS의 부동산개발 및 해외투자 계열사인 LS아이앤디의 100% 자회사이며, LS아이엔디는 LS그룹 지주회사인 ㈜LS가 95.1% 소유하고 있다. 즉 에식스솔루션즈는 ㈜LS의 증손자회사다.
LS 측은 에식스솔루션즈의 대규모 설비투자(CAPEX) 자금을 독자적으로 조달하는 것은 물론 ㈜LS의 재무적 부담을 덜기 위해 상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설비투자에 따른 에식스솔루션즈의 이익이 ㈜LS 연결 실적에도 기여하면서 기존 주주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앞서 나스닥에 상장됐던 기업을 인수한 후 재상장한다는 측면에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공분을 샀던 ‘물적분할 후 중복상장’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LS그룹 개인투자자들은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중복상장에 반대하는 소액주주 853명(지분 0.75%·약 478억원 규모)은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탄원서 서명을 받아 이번 주 내에 한국거래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들은 에식스솔루션즈 IPO로 ㈜LS가 보유한 에식스솔루션즈 지분 가치가 희석돼 지주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LS 소액주주가 아닌 개인투자자들도 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 진행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중복상장과 관련해 “투자를 하려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방법이 제한적인 만큼 어쩔 수 없다”며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발언한 바 있어 LS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태다.
또 이재명 정부가 소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저평가 된 한국증시의 정상화를 목표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일관적인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늠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분명 알맹이가 탄탄한 우량주라고 주식을 샀는데 나중에는 껍데기만 남는다”면서 어떻게 투자자들이 국내주식을 믿고 살 수 있겠느냐고 중복상장 문제에 단호한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이재명 정부에서는 “국장(한국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을 “국장 복귀는 지능순”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LS 종목토론방,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번에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허가가 나면 너도나도 다 하려고 할 것”, “정부 정책과 반대되는데 이번에 중복상장 싹을 잘라버려야 한다”, “나는 LS를 샀는데 왜 마음대로 내 재산을 떼어가는 건지 모르겠다”, “중복상장 되면 국장 체질개선은 물 건너 간 것” 등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LS 주가는 이날 오전 2% 이상 하락하면서 지주사들 중 큰 낙폭을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피 5000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적인 정책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코스피 지수는 4220대를 돌파한 이후 4100선에서 숨 고르기 중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 등 여러 가지 대외적인 요인도 있지만, 환율이 안정화되고 주도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개선된다는 가정 하에 정부의 자본시장 부양 정책이 일관적일 때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정부가 주식양도세 대주주 관련 기준 강화하려고 하자 8월 코스피 지수는 하락했고 정부가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후 다시 반등에 성공한 바 있다”며 “정부가 증시 관련해 일관적이지 못한 행보를 보인다면 투자자들은 ‘역시 국장은 안 변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코스피 5000p 달성에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도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심사와 관련해 이목이 집중된 점을 인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특정 회사에 대해 특별하게 심사하지 않는다”며 “상장과 관련된 규정 및 지침에 따라 원칙적으로 심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