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 EBN]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 EBN]

이재명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일반주주 권익 보호 방침에 재차 힘을 실으면서 그동안 저평가 됐던 지주회사 종목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단기간에 많이 오른 만큼 개인 투자자들은 추가 상승보다 차익실현 매물 출회 등에 따라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매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등에 따른 단기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이 명확한 만큼 그동안 저평가됐던 지주회사들의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우상향이라는 방향성 자체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163개사, 금융지주사 포함시 173개사로 집계됐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6거래일간 코스피 지주회사들 중 SK스퀘어(27.47%), 노루홀딩스(27.12%), 풍산홀딩스(22.69%), 하이트진로홀딩스(22.36%), 한화(22.15%), 두산(21.89%), CS홀딩스(20.51%) 등이 20% 이상 급등했다.

이외에도 POSCO홀딩스(8.81%), HD한국조선해양(8.96%), HD현대(9.39%), 한진칼(9.70%), LS(8.96%), CJ(11.37%) 등 주요 대기업 지주사들도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8.19%)을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주사들의 강세는 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일반주주 보호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일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내용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을 재추진에 나섰다. 이 대통령도 지난 11일 한국거래소를 찾아 상법 개정, 배당 활성화 등을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물적분할, 인수합병 이런 것들로 우량주가 갑자기 껍데기만 남는다”며 일반부부들의 이익 보호가 되지 않는 점을 꼬집었다.

이 대통령의 지적처럼 그동안 국내 지주사들은 자회사의 중복상장, 상속·증여 과정에서의 주가 하락, 소극적인 자사주 소각 등에 따른 디스카운트로 저평가 돼 왔다. 주요 지주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를 한참 밑도는 경우도 허다하다. GS,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0.3배 수준이고 코오롱 등 0.2배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은 다소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오른 피로감이 있기 때문이다. SNS 등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한화는 올해 벌써 250%나 올랐는데 지금 들어가면 늦은 거 아닐까”, “지난번에 올라서 팔았는데 그냥 계속 갖고 있을 걸 그랬다”, “마이너스의 손인데 지금 들어가면 고점에 물리겠지” 등 지주사 투자 고민들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오전 코스피가 1% 이상 하락하고 한진칼, 두산, 한화, 코오롱, CJ 등 지주사들의 주가는 4~5%에서 많게는 8% 이상도 떨어진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변동성에도 전문가들은 일반주주 보호는 단기적으로 끝날 이슈가 아니고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에 입을 모으고 있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일반주주 보호 강화는 한국 자본시장의 장기적 구조 변화를 이끄는 패러다임 전환의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며 “기업의 경영 성과뿐만 아니라 향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노력과 지배구조 개선 여부 또한 주가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 입장에서 단기 정책 변화만 주목하기보다 지속적으로 일반주주 보호 이슈에 관심을 갖고,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구조적인 투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도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향상 공약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 주가 급등에 따른 피로감은 있으나 지주사의 장기적인 재평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상황도 긍정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2일부터 지난 12일까지 7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순매수 규모는 5조원이 넘는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원화 가치는 오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기 좋은 환경이다.

실제로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금융지주사들을 비롯해 LS(718억원), HD한국조선해양(418억원), HD현대(370억원), 두산(328억원), 포스코홀딩스(264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술적 저항 및 숨 고르기 장세가 나타날 수 있는 구간”이라며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를 바라보는 시각 변화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상승 추세는 유효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옥석가리기는 필요하다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정책 기대감에 따른 지주사 급등 현상에 무분별한 추격 매수보다는 선별적인 투자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서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지주사 주가 상승은 순자산가치(NAV) 확대가 아닌 정책 기대에 따른 할인율 축소에 기인하고 저PBR, 자사주 보유, 경영권 분쟁 가능성 등이 내러티브로 작용하고 있다”며 “본질적인 주가 재평가를 위해서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이 필수이기 때문에 주력 사업 업황, 자체 상승 모멘텀 보유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특정 지주회사가 비상장 자회사에 대해 재무적 투자자자와 특정 기한까지 상장을 약속했건, 자회사 상장을 추진했다가 철회 또는 중단한 이력이 있거나,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에 있다면 지주사는 비상장 자회사를 상장시키거나 매각할 유인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비상장 자회사를 상장시키거나 매각하게 되면 지주사 시장가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상장 지주사에 투자 전 비상장 자회사들의 향후 거취에 대해 검토해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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