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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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자본시장 정상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하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번 입법 추진은 단순한 제도 정비를 넘어 국내 상장사 전반의 경영 투명성 제고와 투자자 권익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제도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군을 선별하며 관련 기업들의 주가 재평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가 예고한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명문화, 전자주주총회 의무화가 골자로 담겼다. 여기에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등도 추가로 추진될 예정이다.

자본시장법과 소득세법 개정도 병행된다.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의무공개매수제 도입과 함께, 물적분할 시 기존 주주에 신주 우선배정 권리를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아울러 배당성향이 35% 이상인 기업에 대해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세제 인센티브도 입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주주환원 기대…관련 수혜주 재조명

제도 개편 수혜 가능성이 높은 기업군도 속속 주목받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상법 개정을 전제로 총 16개 상장사를 8가지 테마로 분류해 제시했다.

우선 지배구조 리스크가 상존하는 기업이 타깃이 된다. 순환출자 구조와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있는 ‘사조산업’, 비상장 계열사 중심의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진 ‘영원무역홀딩스’ 등이 대표적이다.

‘사조산업’은 상법 개정 시 주가 부양을 위한 자산재평가와 순환출자고리 해소 가능성이 있으며 ‘영원무역홀딩스’는 옥상옥 구조 해소, 부당지원행위 중단, 내부거래 비중 축소 등을 이행해야 할 압력이 생기므로 저평가 완화 기대를 받고 있다.

경영권 분쟁 이력이 있는 기업들도 변화 가능성이 크다. ‘금호석유화학’은 오너 일가 간 분쟁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며 경영 정상화 기대가 커지고 있고, ‘콜마홀딩스’는 남매 간 지배권 갈등 해소 여부에 따라 주주가치 제고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평가다.

내수보다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은 수출 중심 기업은 이번 제도 변화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HD현대’는 조선·전력 계열 중심으로 해외 매출이 70%를 넘으며,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해외 원전 수주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울러 ‘HD현대’는 지주회사로서 중복상장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만큼 상법개정 후 주주환원 강화,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 등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낮고 투명한 매출 구조를 보유한 ‘고려아연’, ‘HL만도’ 등도 수혜가 점쳐진다. ‘고려아연’은 전량 수입 원재료와 외부 매출 위주 구조, ‘HL만도’는 글로벌 완성차 고객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배당 재개 기대감이 부상 중인 ‘삼성중공업’, 실적 개선 후 자기주식 소각에 나선 ‘자화전자’ 등은 주주환원 강화를 향한 정책 기조에 부응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중공업’은 이익잉여금이 아직 결손 상태이긴 하지만 조선업 훈풍과 더불어 상법 개정 시 주주환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 증대에 맞춰 배당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은 회사로 꼽힌다.

‘자화전자’ 역시 일시적인 업황 악화로 배당을 중단하고 실적개선에 집중했지만 그 결과 실적도 회복하고 연간 영업손익이 흑자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에 상법 개정 시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자기주식 보유 비중이 높지만 소각 이력이 없는 ‘신영증권’, 소각 요구가 꾸준히 제기된 ‘태광산업’ 등도 향후 직접적인 제도 영향권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며, ‘동원산업’(동원F&B와 합병 완료)이나 ‘세아홀딩스’(계열사 지분율을 바탕으로 상장폐지 후 완전자회사 전환 가능성)처럼 중복 상장 해소 가능성이 있는 지주회사도 관심 대상이다.

끝으로 ‘코웨이’(얼라인파트너스 주주제안 경험)와 ‘KISCO홀딩스’(소액주주 중심 주주연대 활동 등)처럼 기관 및 소액주주의 적극적 주주활동이 있었던 종목들도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코웨이’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 주주관여 활동이 지속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상법이 개정되면 더욱 적극적으로 주주환원강화, 거버넌스 선진화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KISCO홀딩스’는 시가총액이 순 현금에 훨씬 미치지 못해 극도로 저평가된 종목으로 자주 언급되는 기업으로 주주연대가 저평가해소 방안으로 제시하는 요구들이 상법 개정 후 더 강력한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배당 기업 투자 매력 커지나…소득세법 개정도 주목

한편 지난 4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개정안은 배당성향 35% 이상 상장사 배당에 대해 종합소득과 분리과세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2000만원 이하는 기존 세율 15.4%, 2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는 22%, 3억원 초과분은 27.5% 세율이 적용된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고배당 기업에 대한 투자 유인이 강화될 전망으로 △최근 5년간 배당성향 35% 이상이면서 △10년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향후 배당정책을 명시적으로 공시한 기업 20곳이 주요 수혜 종목으로 지목됐다.

수혜 종목은 △NH투자증권 △하나금융지주 △삼성화재 △KT&G △고려아연 △기아 △현대오토에버 △엔씨소프트 △제일기획 △클리오 △케어젠 △전진건설로봇 △리노공업 △한전KPS △한전기술 등이다. 이들 대부분은 고정적 배당정책 또는 일정 수준의 최소 배당금 지급을 공시해온 기업들이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실적과 관계없이 기본 배당 500원을 유지하고 있으며, ‘하나금융지주’는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고려아연’ 역시 배당성향을 기존 30%에서 총주주환원율 4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상법 개정은 그동안 선언에 머물렀던 주주권 강화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전환점”이라며 “IR(투자자 커뮤니케이션)에 소극적이었던 자산주 중심으로 시장 재평가 흐름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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