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KCGF)이 개최한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한 필수 정책, 집중투표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출처= 최수진 기자]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KCGF)이 개최한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한 필수 정책, 집중투표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출처= 최수진 기자]

“코스피 5000 달성에 대해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일본이나 대만 증시만큼 시장 평가를 받아도 코스피가 당장 5000p를 달성해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KCGF)이 개최한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한 필수 정책, 집중투표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이 같이 말했다.

코스피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지 12거래일 만에 3000선을 돌파하면서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했던 ‘코스피 5000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3년 반 동안 박스권에서 머물러있던 국내 대표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점에서 국내외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코스피 5000 시대가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도입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지난 35~40년간 우리나라 기업 거버넌스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이번 상법 개정안이 기업 거버넌스 개선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집중투표제, 자사주 의무 소각 3개가 함께 해결돼야만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프리미엄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환 대표 역시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도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등 나쁜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으나 밸류에이션을 높이게 하는 유인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도입은 일반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를 승인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자본비용(r)을 낮추는 방식으로 PER, PBR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도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전체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ROE를 제고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집중투표제가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선출할 이사 수를 곱한 만큼의 의결권을 특정 이사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로, 일반주주의 의사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사회에 반영하기 위한 핵심 제도로 꼽힌다. 그러나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상장회사는 전체의 5% 미만이며, 최근 10년간 실제 집중투표 방식의 표결이 진행된 회사도 손에 꼽힌다.

이 대표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경영권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반 주주가 단 1~2명의 이사라도 선임할 가능성이 생기면, 이사회는 주주총회 절차를 준수하고 의사록 작성 등 이사회 내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질의응답 및 토론 문화 개선 등 전문성과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중투표제 도입 시도만 해도 상장사는 달라졌다”면서 코웨이 사례를 소개했다. 코웨이는 2020년 12월 넷마블의 25.1% 지분 취득 이후 주주환원율을 평균 90%에서 20% 수준으로 큰 폭으로 축소했고 ROE 및 PBR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얼라인파트너스가 3%룰을 활용한 집중투표제 도입 시도가 있자 코웨이는 목표자본구조 정책 도입, 주주환원율 확대, 자사주 전량 소각 등 다양한 조치에 나서면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바 있다.

일각에서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도입하고 있지 않은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으나 이 대표는 “미국이나 일본의 상장사의 경우 우리나라 같은 지배주주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동일선상 비교가 어렵다”며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지배주주, 패밀리 기업이 많은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대만의 경우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대형 상장사의 경우 집중투표제가 당연히 의무화돼야 하고 이 보다 규모가 작은 일반 상장회사들에서는 기존의 3%룰 확대 적용으로 집중투표제 도입 가능성이 있어야 긴장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KCGF)이 개최한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한 필수 정책, 집중투표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이창환 얼라이언스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왼쪽부터), Jen Sisson ICGN 대표, Stephanie Lin ACGA 한국 리서치 헤드,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오승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KCGF)이 개최한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한 필수 정책, 집중투표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이창환 얼라이언스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왼쪽부터), Jen Sisson ICGN 대표, Stephanie Lin ACGA 한국 리서치 헤드,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오승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글로벌 기업거버넌스 측면에서도 집중투표제 활성화가 중요한 조치라는 의견이 이어졌다. Stephanie Lin ACGA 한국 리서치 헤드는 “지난해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으로 주주가치 제고 중요성이 주목을 받았으나 이사회의 책임 경영이나 소수주주 보호 측면에서 여전히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중투표제 강화는 투자자 권익 보호를 넘어 한국의 기업 거버넌스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시키기 위해 필수적”이라며 “기업 지배구조 개혁 바람이 불고 있는데 이 기세를 타야 한다”고 덧붙였다.

Jen Sisson ICGN 대표는 “현재 많은 ICGN 회원사들이 일본 시장에 관심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한국 시장에 대한 많은 문의를 하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이 집중투표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더 이상 경영진·임원들의 이해관계과 고착화된 지배구조가 기업에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진, 이사, 주주들의 이익이 모두 일치해야 기업가치에 도움이 되는 만큼 투자자와의 대화가 중요하다”며 “경영진과 투자자들의 대화 창구가 열려서 가치를 창출하게 되고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펀드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현장에서도 집중투표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현 제도에서 51%의 지분을 갖지 않는 한 관여가 어렵다는 패배의식이 있다”며 “이사회의 모든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현실적으로는 40% 정도의 지분만 의미가 있고 나머지는 오히려 배제가 되고 있는데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지배주주나 경영진이 나머지 지분들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서는 기업들이 집중투표제의 실효성을 약화시키기 위한 대응을 고도화해나가고 있어 제도적으로 보완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집중투표제를 통한 주주총회 표결을 하기 위해서는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거나, 주주총회일 6주전까지 이사 선임을 청구하거나 해야하는데, 기업들은 기습적으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거나, 이사를 사내이사,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분리 상정을 하는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상법 조항 외 집중투표제의 구체적인 실행에 관한 법령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어 실무상 불명화학 쟁점이 많아 하위 법령,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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