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계열사에 부당 지원한 CJ그룹이 공정위로부터 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출처=연합뉴스]
부실 계열사에 부당 지원한 CJ그룹이 공정위로부터 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출처=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CJ그룹이 부실 계열사의 자본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신용보강 수단으로 활용한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총 65억4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CJ(주)와 씨제이씨지브이(주)(CGV)가 각각 자회사인 CJ건설(현 CJ대한통운)과 시뮬라인(현 CJ포디플렉스, 이하 CJ 4DX)이 발행한 영구전환사채에 대해 TRS 계약을 체결하며 사실상 지급보증 역할을 수행한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CJ건설과 시뮬라인은 2015년 당시 연속 적자와 자본잠식 상태로 신용등급 하락 압박을 받고 있었고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CJ와 CGV는 두 회사가 발행한 영구전환사채를 금융회사가 인수할 수 있도록 같은 날 TRS 계약을 병행 체결했다.

영구전환사채 발행금리는 각각 3.62%(CJ건설), 3.20%(시뮬라인)로, TRS 계약이 없었다면 예상 금리는 최대 6% 이상으로 추산됐다. 이로 인해 CJ건설과 시뮬라인은 각각 약 31억원, 21억원 상당의 자금조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통상 TRS는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 또는 손실을 상호 정산하는 투자상품이지만, 공정위는 이번 계약이 실질적으로는 보증계약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TRS 계약 기간 중 영구전환사채의 전환권은 행사 불가능하도록 봉쇄되어 있었으며, TRS 만기 시점에는 사채를 상환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종료됐다. 이에 CJ 내부 이사회에서도 해당 안건이 한 차례 부결되었으며 이후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하고 손실보전 확약서를 확보한 뒤 승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뮬라인과 CJ건설에 대한 CJ그룹의 부당지원 과정에서 확인된 내부문건. [출처=공정위]
시뮬라인과 CJ건설에 대한 CJ그룹의 부당지원 과정에서 확인된 내부문건. [출처=공정위]

공정위는 이 같은 지원행위가 두 계열사에 유리한 경쟁조건을 제공하고, 건설·4D 영화관 장비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CJ건설은 이후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상승했고, 시뮬라인은 시장 퇴출을 면한 뒤 CGV와의 안정적인 거래를 지속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치는 파생금융상품을 외형적으로 활용했지만 실질은 부실 계열사에 대한 신용보강이었음을 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공정위는 형식이나 수단을 불문하고 실질이 부당지원에 해당하는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CJ는 같은 시기 씨제이푸드빌의 영구전환사채에 대해서도 TRS 계약을 체결했으나, 공정위는 당시 푸드빌의 신용도 등을 고려해 제재 대상에서는 제외했다.

공정위는 "계열사 간 부당지원이 총수익스와프(TRS) 등 복잡한 금융기법을 통해 위장되는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우회적 수단에 의한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고,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