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6029_680907_88.png)
건설업계의 오랜 관행이던 '무상 신용보강(보증)’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제재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공정위는 중흥건설이 계열사에 수조 원대 자금보충약정을 수수료나 시공지분 없이 제공한 것을 '부당지원'으로 판단하고 과징금과 고발 조치를 단행했으며, 이는 기존 PF(프로젝트 파이낸싱)구조의 핵심이었던 내부 보증 관행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업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일률적 제재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보증에도 명확한 대가와 투명한 구조가 요구되는 새로운 질서가 불가피해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9일 중흥건설이 중흥토건을 포함한 계열사 6곳에 무상으로 총 3조 2000억원 규모의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이 보증은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뒷받침하기 위한 내부 지원"이라며, 중흥건설에 1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자금보충약정은 PF 대출 시 시행사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시공사가 부족 자금을 대신 보전해 주는 일종의 보증 방식이다. 시행사의 자금 조달이 어려운 구조상, 자금력이 부족한 시행사는 대형 시공사의 신용 보강 없이는 PF를 성사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이를 정상적인 상거래의 일환으로 받아들여 왔으며, 보증을 제공하는 대가로 시공지분을 취득하거나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공정위의 이번 결정으로, "대가없는 보증은 곧 부당지원"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세워졌다. 건설사와 계열사 간 협력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그동안 중견 건설사들이 계열사 육성 수단으로 활용해온 무상 보증방식은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게 된 셈이다.
중흥건설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기상 경영권 승계와 맞물리지 않은 점, 그룹 차원의 전략적 투자의 하나였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행정소송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건설사들 역시 많이 당황한 모습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PF에서는 자금력이 부족한 시행사들이 시공사의 보증 없이는 대출을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 신용보강은 사실상 정상적인 상거래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수수료 등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그 금액에 따라 부당지원으로도 해석될 수 여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건설사들은 공정위의 기준 설정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과징금 산정에 사용된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보증수수료 요율이 민간 건설사의 내부거래에 그대로 적용된 것이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다양한 협의 구조가 존재하는 민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잣대는 향후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보증이 무상으로 제공된 경우, 정상 거래를 벗어난 부당지원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번 조치는 총수일가 사익 편취 방지를 위한 선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에선 공정위의 이같은 조치로 그간 중견 건설사들이 계열사 육성 수단으로 삼아온 '무상보증'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이제부터는 보증을 제공할 때 명확한 대가가 없는 경우 법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공지분 확보나 보증 수수료 등의 투명한 거래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가 주장하는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처벌은 업계 전반에 부담만 안길 수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