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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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왔던 보험업계가 당분간은 '역대급 실적' 자랑을 자제하게 됐다.

새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로 '지속가능한 경영 능력'을 증명해야 해서다. 글로벌 투자시장의 변화로 투자수익이 줄어든 데다 당국의 요구자본 기준이 견고해졌다.

당국이 미래 이익은 당겨쓰고 리스크는 이연하는 보험사의 꼼수를 '핀셋점검'하겠다는 경고를 날리면서 보험사 운신의 폭은 훨씬 좁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이 늘어도 정작 손해율이 높아 자본력이 빈약한 보험사가 있는 반면, 안정적인 매출과 타이트한 손해율 관리로 곳간에 현금을 쌓아둔 보험사의 여유가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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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 전체 당기 순이익은 14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보험사 전체 올 1분기 잠정 순이익은 4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8% 줄었다. 보험 손해율 악화라는 구조적 요인과 금리 인하, 투자 수익 저하 등 다양한 원인이 거론된다.

대형생명보험사로 분류되는 삼성·한화·교보생명·신한라이프 등 4개 생명보험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38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7% 줄었다. 대형생명보험사로 꼽히는 삼성·메리츠화재·DB·KB손해보험 등 4개 손해보험사의 당기순익은 1조8311억원으로 전년 보다 11.33% 줄었다.

생보사들을 살펴보면 삼성생명은 1분기 순이익 6221억원으로 전년보다 2.1% 늘었다. 보험손익이 2779억원으로 전년보다 3.6% 증가했다. 이는 보험계약마진(CSM) 상각익 증가와 예실차 개선 영향을 끼쳤다. 또 투자손익은 5646억원으로 0.4% 늘었다.

매출이 늘어도 정작 손해율이 높아 자본력이 빈약한 보험사가 있는 반면, 안정적인 매출과 타이트한 손해율 관리로 곳간에 현금을 쌓아둔 보험사의 여유가 대조적이다. [출처= 픽사베이 ]
매출이 늘어도 정작 손해율이 높아 자본력이 빈약한 보험사가 있는 반면, 안정적인 매출과 타이트한 손해율 관리로 곳간에 현금을 쌓아둔 보험사의 여유가 대조적이다. [출처= 픽사베이 ]

한화생명은 1분기 순이익 295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7% 줄었다. 보험손익은 104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했지만, 대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투자손익이 전년 대비 15% 줄어들며 수익성을 떨어뜨렸다.

교보생명 역시 1분기 순익 285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8% 감소했으며 투자손익에서 18% 줄어드는 등 고배를 마셨다.

손보사 실적을 보면 삼성화재는 1분기 608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13.2% 줄었다. 보험손익이 예실차 축소 영향로 15.4% 줄었고, 자동차보험 손익도 요율 인하와 더불어 건당 손해액 상승으로 70.9% 하락했다.

DB손해보험은 1분기 순익 4470억원으로 전년 보다 23.4% 줄었다. 특히 차보험 손익이 전년보다 28.5% 감소했고, 대형산불 영향으로 일반보험도 370억원 적자를 봤고, 장기보험도 일회성 비용 증가로 12.1% 감소했다.

메리츠화재는 1분기 순이익 4625억원으로 전년보다 5.8% 감소했으며, 보험 손익이 3598억원으로 21.4% 감소했다. 차보험 손익도 69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톱5 손보사 중 유일하게 실적 상승을 거둔 곳은 KB손해보험이다. KB손해보험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31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2% 늘었다.

KB손보 측은 "상생금융 일환의 보험료 인하와 폭설로 인한 손해액 증가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올랐지만 장기보험 손해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이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감소에도 대체자산 투자 확대로 수익성 개선, 금리하락에 따른 보유채권 평가·처분 이익 증가가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올해 1분기 실적이 가장 많이 축소된 곳은 현대해상이다. 현대해상의 1분기 순이익(별도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57.4% 감소한 2032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으로 대형 손보사 중 가장 적은 실적을 냈다. 현대해상도 투자손익은 지난해와 유사했지만 본업인 보험손익에서 부진했다.

장기보험 손해율이 높은 게 핵심이유다. 장기보험은 독감 재유행 등 유행성 호흡계 질환 손해액 증가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74.2% 급감한 1143억원을 기록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료 누적 인하 영향과 진료·정비수가 인상 등으로 손해율이 악화해 전년 동기 대비 63% 줄어든 157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본업에서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 기조로 인해 운용 수익이 약화되면서 자본건전성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생명보험사들의 K-ICS비율은 203.4%로 직전 분기보다 8.3%포인트(P) 하락했고, 손해보험사는 16%포인트 떨어진 211%로 조사됐다.

실제 삼성생명의 경우 184.9%로 지난해 218.8% 대비 33.9%포인트 급락했으며 한화생명 163.7%, 교보생명 164.2%로 금융당국 권고치 150%를 겨우 넘었다.

삼성화재는 16.1%포인트 하락한 264.5%, DB손해보험은 25.7%포인트 하락한 203.1%, 현대해상은 13.1%포인트 하락한 157% 등으로 집계됐다.

푸본현대생명(157.3%)과 롯데손보(154.6%), ABL생명(153.7%)이 150%를 겨우 넘겼고 MG손해보험은 4.1%를 기록했다.

K-ICS 비율 하락에는 감독당국의 보수적인 감독 조치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무·저해지 보험에 대한 계리적 가정에 이른바 '실적 부풀리기'를 했다고 판단했다.

손해율에 대한 낙관적 가정을 한 보험사들이 미래에 이익이 있을 것으로 관측하자 금감원은 이를 좀 더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또 금감원은 보험사가 미래 이익을 현재 실적으로 앞당기고, 리스크를 장기로 이연하는 등의 현재 중심 회계로 '장밋빛 경영'을 공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으로 킥스 비율이 하락한 삼성생명은 올해 킥스비율 180%대를 유지하기 위해 장기채매입, 공동재보험 출재를 늘릴 것이라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삼성생명의 3월 말 기준 킥스비율은 180%로 지난해 말(185%)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16일 오전 열린 '2025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원창희 삼성생명 리스크관리(RM)팀장 상무는 "올 연말까지 킥스비율을 180% 수준을 유지할 것" 이라며 "금리가 낮아지고 제도가 강화되는 추세긴 하지만 현재 자체적으로 CSM 확보와 장기채 매입 확대, 공동재보험 출재 등 노력으로 건전성 체력 확대 중에 있어 해당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삼성생명이 올해 초 '킥스 200% 유지'라는 내부 방침에 미달한 점에 대한 사후 조치다.

원창희 상무는 이어 "최근 감독당국이 규제기준을 150%에서 130%로 완화하고 기본자본 킥스비율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어 여전히 변화가 많은 시기"라며 "국내외 경제 환경 및 시중금리 변동성도 크기 때문에 시장 안정화에는 조금 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며, 안정화 시점에 맞춰 자세한 내용을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계열 또 다른 금융사인 삼성화재는 연초 기업가치제고(주주환원) 지표 중 하나로 킥스 비율을 220%로 설정했다. 올 연말까지는 250% 중후반 수준 유지를 목표로 삼고 있다.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도 현재 킥스 비율이 200%가 넘는다. KB손해보험은 180%대, 현대해상은 150%대다.

앞서 금융당국이 기본자본 중심의 K-ICS(지급여력비율·킥스) 규제 강화를 예고하면서 보험사들의 자본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기본자본에 초점을 둔 킥스 신설 등 자본의 질을 강화하는 규제 도입을 예고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매달 실적도 챙겨야 하지만 자기자본 비중을 늘리는 후순위채를 대거 발행하며 건전성 관리에 나서왔다. 지난 1분기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은 4조7250억원에 달했다.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연간 발행 규모인 8조6550억원의 절반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이같은 자본성 증권 발행은 금리 리스크가 후행적으로 따르기 때문에 당국엔 또 다른 감독 요인이 된다.

자본건전성을 실질적으로 높이려면 보험사들은 영업수익을 높이거나 유상증자, 배당 축소 등으로 이익잉여금을 충당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금감원은 보험사가 미래 이익을 현재 실적으로 앞당기고, 리스크를 장기로 이연하는 등의 현재 중심 회계로 '장밋빛 경영'을 공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출처=픽사베이 ]
금감원은 보험사가 미래 이익을 현재 실적으로 앞당기고, 리스크를 장기로 이연하는 등의 현재 중심 회계로 '장밋빛 경영'을 공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출처=픽사베이 ]

하지만 대부분 단기간에 이행할 수 있는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사의 고민이 깊다. 자본건정성이 우선된다는 금감원의 이유로 롯데손보는 후순위채 조기상환(콜옵션)을 사실상 포기했고 보험업계 전반은 물론 채권시장에 위축되는 모양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결국 자본성 증권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보험업계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고, 기업 밸류업 정책 이전부터 주주배당에 집중했던 주요 보험사들은 자본건전성을 어떻게 올리느냐는 장기 과제를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발행한 후순위채로 자본력을 의존했던 보험사는 기본자본 관리와 주주환원에 있어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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