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EBN AI 그래픽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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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판매 수당 공개를 놓고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보험대리점(GA) 간 대립각이 날카롭다.

보험업계에서는 '중개수수료' 개념으로 설계사 수당을 단정해선 안된다고 본다. 왜냐고? 보험영업을 단지 판매로 볼 게 아니라 '위험보장 컨설팅과 상품해석·설계상담료'료 봐야 한다는 뜻에서다.

금융당국은 지금까지 있었던 보험 영업에서의 문제(불완전판매·부당승환·과당경쟁)를 해결해줄 것으로 본다. 이면엔 보험 판매 수당이 부동산 중개 수수료처럼 투명해져야 보험설계사들의 방종이 제어될 것이란 기대감이 존재한다.

과연 보험은 고객이 필요해서 상담 받는 컨설팅의 영역일까, 보험설계사가 '가입해주세요'라고 요청해야만 가입하는 비자발적, 억지영업의 영역일까.

당국이 오죽하면 보험 영업 원가를 공개하고자 했을까 싶을 정도로, 사실 보험사와 영업 현장이 지금 이 상황을 자초한 측면도 크다. 모두 반성해야 한다.

[출처=EBN AI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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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오는 30일 보험판매 수수료 개편안 설명회를 기점으로 최종 정책을 확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석열 정부가 사라지고 조기대선이 확정되면서 기존 금융정책이 사실상 동력을 잃은 상황인만큼 '민감이슈'인 설계사 수당 공개제도가 강하게 이행될 지는 미지수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30일 보험판매 수수료 개편안 설명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를 통해 업계 의견을 청취한 후 최종 방안을 확정할 계획다. 앞서 당국은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안을 공개했다. 개편안의 골자는GA소속 설계사엔 1200%룰을 적용하고, 3~7년간 수수료 분할 지급하는 것 및 판매수수료 정보 공개다.

시장에서 가장 민감하게 보고 있는 것은 '판매수수료 정보 공개'다. 당국은 신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과도한 판매수수료 선지급이 치열해 지면서 고객에 피해를 주는 부당승환, 잦은 설계사 이직 등 불건전 영업 행태가 여기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중개처럼 고객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면서 거래 투명성을 확대하면 설계사들의 과당경쟁이나 불완전 판매 및 불법적인 영업 행태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에서 당국은 '판매수수료 정보 공개'를 제안했던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도한 수수료 경쟁은 보험료 인상과 보험사 건전성 저해를 판매수수료 체계 개편과 공개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보험 영업을 단순 보험상품 판매 대리업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물론 법상 보험설계사들은 보험사를 대리하는 대리자의 역할을 부여받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여기서 좀 더 들어가 보면 설계사들이 고객을 만나 상품을 소개하고 설계하는 시공간을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 부동산 중개업자랑 다르다.

부동산은 고객이 원할 때 요청하는 수준의 부동산을 소개 받고 수락했을 때 관련 소개(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보험은 다르다. 소비자의 처한 상황과 보장 니즈, 수많은 선택 옵션 선별해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컨설팅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중개랑 차이가 난다. 

물론 설계사가 주도하는 영업도 부지기수다. "이 상품이 너무 좋으니, 이번 한정 판매 시즌에 가입해달라"는 식의 영업도 많다. 소비자들이 난해한 보험 언어에 '멍 때리는 동안' 가입 계약 사인이 이뤄지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금융당국이 걱정하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보험회사 판매채널 영업효율 및 감독방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보험계약 유지율은 1년 87.5%, 2년 69.2%로 집계됐다. 수수료 선지급 기간이 종료되는 3년 유지율은 54.2%로 하락하고 5년 유지율은 46.3%까지 떨어졌다. 설계사들이 수당 받는 기간 동안 고객들을 챙기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일어났다고 금융당국은 해석한다. 물론 이해 된다. 

당국은 주요국의 2년 유지율은 싱가포르 96.5%, 일본 90.9%, 대만 90.0%, 미국 89.4% 등으로 우리나라보다 20%포인트 가량 높다고 제시했다.

이런 나라의 보험 계약 유지율이 높은 이유는 종합적으로 국가나 개인 경제 펀더멘탈(경제기반)이 단단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이는 한국의 경제 기초 체력이 이들 국가보다 낮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험업계는 최소한, 보험설계사들이 부동산중개인 이상으로 고객들을 만나러 움직이는 행동 패턴과 영업 범위 및 활동량을 봐달라고 당국에 요청 중이다.

한명의 보험 설계사가 전국을 무대로 고객을 만나는 경우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반대로 부동산 중개인은 '동네 복덕방' 존재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한 자리에서 찾아오는 고객을 맞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고객을 만나고 접촉하는 바운더리와 범위, 활동량, 상담 범위가 다른데 금융당국이 보험설계사들을 부동산중개인들과 동일시 한다는 시각 자체가 근시안적이라고 생각한다.

비교할 것을 비교해야 한다. 부동산 상품은 눈으로 가늠할 수 있는 단선적인 영역이다. 하지만 보험상품은 고객이 아프거나 죽거나 긴 여생을 보내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고 이를 위한 상담을 위해 설계사들은 보험사와 보험연수원에서 교육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GA업계 등은 판매 수수료 직접 공개는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원가 공개”라고 반대하고 있다. 원가 공개는 어느 산업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일이긴 하다.

무엇보다 이번 이슈에서 중요한 점은 고객마다 다른 니즈를 갖고 거기에 맞춰 컨설팅하는 보험설계사의 독자성, 고객 맞춤 역량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보다 더 많은 '경우의 수(확률)'를 포함하는 보험 상품을 금융당국은 그저 소비재로 판단할 것인가.

부동산은 쇼핑의 영역이 될 수 있지만, 보험영업을 단지 상품판매로 볼 게 아니라 '위험보장 컨설팅이라는 것을 당국과 시장이 기억하길 바란다. 소비자도 능동적으로 자기보험 계약을 '이렇게 설계해주세요'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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