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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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0일 자산운용업계 CEO들과 만나 투자자 신뢰 회복과 업계의 자정 노력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현재 한국 자본시장이 만성적인 증시 저평가와 기업 실적 둔화, 그리고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속 ‘누란(累卵)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은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받고, 시장은 공정하게 작동하며, 투자자는 합당한 수익을 누리는 구조가 우리 자본시장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핵심과제인 주주이익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아직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입법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원장은 자산운용사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투자자 신뢰 훼손 사례로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 대주주나 임직원의 사익 추구, 이해관계에 치우친 의사결정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앞으로 의결권 행사 모범 및 미흡 사례를 적시하는 ‘네임 앤 셰임(Name & Shame)’ 방식을 도입해 시장에 경각심을 줄 것”이라며 “신인의무가 조직 내 의사결정과 보상·평가 체계에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원장은 최근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보수 인하 경쟁과 반복적인 펀드가격(NAV) 산정 오류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이는 투자자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펀드 운용의 기본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운용사에 대해 펀드시장 전체의 신뢰 보호를 위해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K-운용’ 전략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 원장은 일본, 싱가포르, 영국 등 주요국들이 운용산업 고도화에 집중하는 가운데 한국 운용업계는 아직 한정된 영역에만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며 “전문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전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이에 발맞춰 펀드 운용규제 개선과 운용사 업무영역 확대 등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자산운용사 CEO들도 자본시장 선진화와 산업 발전 필요성에 공감하며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CEO들은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력 제고, 중복상장 해소, 외화표시 ETF 도입, 펀드 가입절차 간소화 등 제도 개선과 함께, AI 기술을 활용한 운용효율성 제고, 과도한 마케팅 자제 등 자정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 종료에 앞서 “자산운용산업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핵심 인프라”라며 “눈앞의 수익보다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또한 이날 나온 의견들을 감독·검사업무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자본시장 건전성 확보와 자산운용산업의 질적 성장 방안을 모색하고, 업계의 다양한 건의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간담회에는 이 원장을 비롯해 금융감독원 관계자, 금융투자협회장, 그리고 국내 주요 23개 자산운용사의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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