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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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법제화하려 했던 상법 개정안이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됐다. 지난달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정부의 재의요구에 따라 다시 상정된 법안이 국회의 최종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자동 폐기됐다.

국회는 4월 17일 본회의를 열고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표결을 실시했다. 무기명 투표 결과 찬성 196표, 반대 98표, 기권 1표, 무효 4표로 집계됐으나, 가결 요건인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 처리됐다.

해당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것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장하고,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 3월 13일 국회를 처음 통과했지만,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지난 4월 1일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다시 국회로 회부됐다. 

정부는 당시 재의요구 사유에서 “이사의 책임 범위를 과도하게 확대하면 경영 판단에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재표결을 앞둔 이날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으로 부결 방침을 확정했고, 이에 따라 상당수 소속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당 관계자는 “과잉 규제가 국내 기업의 경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상법 개정은 글로벌 수준의 기업 지배구조 확립과 주주권 보호를 위한 필수 과제”라며 법안 통과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국내 대기업 중심의 소수 지배구조가 투자자 신뢰를 약화시켜왔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부결로 한국의 상법은 여전히 ‘이사는 회사에 대해 충실 의무를 진다’는 기존 구조를 유지하게 됐다.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주주에 대한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부여할 경우 소송 리스크가 과도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주주권 보호와 기업 책임경영 확산이라는 세계적 흐름에서 역행하는 결과”라는 비판이 상존한다.

한편,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조항 역시 함께 무산됐다. 해당 조항은 비대면 환경에서의 주주 의결권 참여를 확대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으나, 역시 정치권 내 의견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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