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챗GPT & EBN AI DB ]](https://cdn.ebn.co.kr/news/photo/202505/1661479_675630_208.png)
오너(Owner)는 주인을 뜻한다. 기업 소유자로 많이 쓰인다. '오너리스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기업이 겪는 문제다. 오너의 돌발적인 발언과 부절적한 행동, 자기중심 경영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그 예다.
오너리스크의 반대말은 '오너프리미엄'이다. 기업 재무적 가치는 떨어지나 그 기업의 오너가 똑똑하고 수완이 있어서 미래 성장성이 호평 받는 경우다.
보험업계도 오너 이슈가 늘 있다.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캐롯손보), 교보생명, 현대해상 등의 오너 3세들이 30~40대에 들어서면서 회사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맥락은 여느 오너가의 사업승계와 비슷하다. 창업자의 핏줄이란 이유로, 그래서 사업을 이어가는 후사(後嗣)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보험사 자녀들은 각자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라섰단 평가가 나온다.
이런 '핏줄경영'의 장점은 '열정'이다. 기업에 대한 애착과 경영 의지가 높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오너 가족 구성원들이 경영 능력이 부족하거나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 기업 운명이 한 순간에 뒤집힐 수 있어서다. 보험계약자는 물론이고, 임직원과 그 가족 인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왕관(소유권·경영권)'의 무게를 견디는 게 보통 일인가. MG손해보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실패한 보험사 뒤엔 남겨진 직원과 그 보험계약자의 한탄과 요구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먼지처럼 남았다.
![[출처=챗GPT & EBN AI DB ]](https://cdn.ebn.co.kr/news/photo/202505/1661479_675631_2136.png)
오너가 아들들이 보험경영을 잘 풀어가고 있을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지난 2023년 2월부터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았다. 해외투자를 하면서 경영 전반을 경험하는 중이다.
김 사장이 이끄는 금융계열사는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을 비롯해 한화금융 실험보험사인 캐롯손보가 있다. 캐롯은 부진한 실적에 한화손보에 최근 흡수합병 됐다. 경영 실패라고 단언하기엔 곤란한 게 '온라인 보험의 문턱'이 높았고 그걸 넘지 못해서다.
보험은 가입자 스스로→위험을 떠올려→만일의 상황을 대비하게 하려는 의지를 갖게 해야 하는 난도 높은, 고관여 상품이다(상품라고 하기엔 보험은 복잡다단한 계약에 가깝고, 그래서 보험설계사가 가운데서 역할을 한다).
벤처기업엔 제이커브(J커브)라는 구간이 있다. '죽음의 계곡(데스밸리)'를 견디고 견뎌→상당한 시간이 지나→가입자가 계속 증가해야 그나마 쿠팡처럼 이익을 실현하게 된다는 뜻이다. 쿠팡이 적자를 참아낸 시간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꼬박 10년이다. 누적 적자 6조 1893억원에 달했고 2023년 창사 13년 만에 첫 흑자를 달성했다. 2019년에 설립한 캐롯손보도 7년을 더 견뎌→증자하고→영업하고→증자하고 또 영업하면 첫 흑자를 이뤄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한화의 막내 캐롯손보는 그나마 낫다. 한화금융을 지탱하는 장남 한화생명이 가장 우려되어서다. 자본건전성 이슈가 있다. 한화생명의 지급여력(총자본 킥스)비율은 163.7%로 다른 주요 생보사들에 비해 낮다.
킥스는 보험사가 고객들에게 보험금 요청을 이행할 수 있는 자금 사정을 말한다. 경쟁사들의 킥스 비율은 한화보다 훨씬 높다. 신한라이프(205.7%), 삼성생명(184.9%), 교보생명(164.2%) 순이다. 100%면 충분하다는 보험사 입장도 있지만, 회계관리를 매우 보수적으로 반영했을 때의 얘기다.
![[김남희 EBN 금융증권부 차장 ]](https://cdn.ebn.co.kr/news/photo/202505/1661479_675632_2343.jpg)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자산과 부채를 시가 평가하도록 했다.
그래서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킥스 비율이 낮아진 탓도 있지만 한화생명의 경우 단기성과에 천착한 상품을 판 '원죄'가 있다. 금리상승기였던 지난 2022년 확정금리 저축보험 판매에 혈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생명의 긴 사업생명을 생각하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건강한 보험사라면 보험금을 내어줄 상황을 고려하며 영업을 나서야 한다. 경영 시험대에 오른 김동원 오너 사장이 보험사 경영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 정경선 전무는 2023년 12월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최고 지속가능경영 책임자)로 현대해상에 합류했다. 오너 3세로서 이런 직함을 달고 있다는 것은 깊은 함의를 갖는 듯 하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전략을 총괄한다는 뜻인데 현대해상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책임진다는 의미로 들린다. 비판적으로 보면 일단 '추상적인 역할'로 보여진다. 업무목표와 성과도 모호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경선 전무의 한 해 업무계획과 성과지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최고 책임자 직책을 단 임원은 사실 1년 성과로 능력을 바로 증명해야 한다. 직원보다 대단히 높은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광고 '마음 넓은 보험'도 뜻은 좋지만, 조금 이상하다. 현대해상의 손해 나는 상품과 그로 인한 경영난을 고려하면 뭔가 현대해상 민낯을 외면한다는 인상을 준다. 현대해상은 착한 보험사가 아니라, 현명한 보험사가 되어야 하는 처지라서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왼쪽부터),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 [사진=각 사]](https://cdn.ebn.co.kr/news/photo/202505/1661479_675634_2938.jpg)
정경선 전무의 역할인 '지속가능성'이란 뭘까. 쉽게 말해 지속가능성은 현재는 물론 불확실한 미래에도 사람(계약자·임직원·잠재고객)과 경영환경에 모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정경선 전무는 현대해상의 민감한 경영 일선에는 나서지 않는다. 경영 총괄은 이번에 새로 임명된 이석현 신임 대표이사가 결정한다. 한국의 오너기업에서 전문경영인이 얼마나 전권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름 뿐인 대표, 정경선 전무를 방어하는 방패로 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기업인 대만 TSMC는 대표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다. 수십 년 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 중장기 사업 전략 수립과 대규모 투자 결정 등을 모두 전문경영인이 한다. 오너경영인 중심으로 운영되는 삼성전자는 물론 한국의 보험사와도 대조된다.
외신들은 "TSMC가 내부 인재를 양성하고 리더십을 배양하는 과정은 종합적이고 정교하다”고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현대해상도 한화생명처럼 킥스 숙제를 풀어야 한다. 현대해상 총자본 킥스 비율은 157%로, 삼성화재(264.96%)나 DB손보(208.7%) 대비 낮다. 최근 후순위채 8000억원을 발행한 현대해상은 당분한 주주들에게 배당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교보생명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사회 의장)의 두 아들이 근무 중이다. 장남 신중하 상무는 지난해 12월 교보그룹 계열사에 입사한 지 10년 만에 경영임원(상무)으로 선임돼 AI활용·VOC 데이터 담당 겸 그룹 경영전략 담당 업무를 이끈다. 신중현 차남은 교보라이프플래닛에서 디지털전략실장을 맡고 있다.
사실 7년간의 재무적 투자자들과 풋옵션 분쟁을 겪었던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분쟁건으로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려고 한 적이 있다. 창업주 핏줄경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업이 있단 얘기다.
그런 과업은 주로 자본조달 이슈와 사업전략 대혁신, 구조조정에 집중돼 있다. 핏줄경영만이 능사가 아니어서, 정확하고 빠른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기업들이 MBB와 같은 경영컨설팅에 의뢰하는 이유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 때 신 회장은 정문국 전 오렌지라이프 대표에 교보생명 대표자리를 제안한 바 있다.
교보는 당시 해당 분쟁을 법률대리할 로펌도 겨우 구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정 전 대표가 그 자리를 고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정 전 대표가 교보생명의 난제를 푸는 해결사로 나섰다면 현재까지도 보험업계에 몸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시 오너 경영으로 돌아가서, 보험업계 오너경영 대표 사례인 코리안리의 경우 원종규 대표이사 사장은 39년째 회사에서 근무 중이다. 그가 처음부터 회사 오너가 아니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는 1986년 코리안리 해상부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인사·재무·교육 등 회사 상당 분야를 거쳤다.
1990년대 후반 평사원으로서 회사를 다니던 중 원 사장의 아버지 원혁희 회장이 코리안리의 주식을 매입해 최대 주주가 됐다. 직원가족이 회사 오너가 된 케이스다. 원 사장은 1997년부터 5년간 미국 뉴욕 주재 사무소에서 해외 영업도 경험했고 2005년 첫 부장 타이틀을 달았다. 2007년 상무, 2011년 전무를 거쳐 2013년 대표이사 사장직에 올랐다.
코리안리는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아들과는 다른 케이스다. 단순 비교할 대상은 아니지만 원 사장이 직원에서 사장으로 40년 가량을 뚜벅뚜벅 걸어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원 사장이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3세 경영자들에 경영멘토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오너경영자는 겸손해야 한다.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가졌다고 해서 경영 능력이 출중하다고는 보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부실금융사 MG손해보험이나, 과거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 지금은 사라진 제일화재(현 한화손해보험) 모두 한때 최대주주의 열정과 애착을 받고 자라난 보험사다. 그러나 기업은 생물과도 같아서, 오늘 살아있다고 해서 앞으로도 살아있으란 법이 없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P. Feynman)은 “과학자는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최대한 빨리 증명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이상하게 들리는 이 말은, 오너경영자에게 그리고 전문경영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진정한 문제해결 경영자는 오류를 지적 받으면 겸허하게 수용하고 자신의 관점을 수정하고 보완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승진도 마찬가지로 어쩌면 그 사람의 한계를 증명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왕관을 쓴 오너라고 할지라도 경영은 문제해결과 경영성과가 최종 목적이다. 캐롯손보를 흡수합병한 한화손보도 재빨리 오류를 개선하려고 했다.
단기성과 달성과 장기 사업 지속성, 이 두 개의 믿음은 역설적이지만 모두 달성할 수 있다.(메리츠금융이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다른 말로 3세 경영자는 '가업승계'에 그칠 게 아니라, 대한민국 보험산업 명맥을 이어가는 거목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혜성처럼 등장하거나 경험이 부족한 오너경영자의 가장 큰 단점은 '사람을 보는 눈이 없다'는 점이다. 주로 자신의 말을 듣는 사람, 친한 이를 측근으로 두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그 간신배가 무능하고 조직을 망가뜨리는 지 다 아는 데 오직 오너만 그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오너가 전문경영인을 '허수아비 사장'으로만 두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를 못 알아보고 친한 사람 말만 듣는 오너야 말로 최악이다. 나머지 주주들과 이사회도 3세 경영자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경영이 검증되고 있는지 눈 여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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