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생이 리더그룹에서 활약 중이다. 재임 중인 1960~1970년대생 사장 뒤를 맹추격 하고 있다. 80년대생 리더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교차기에 태어나 '전환기'를 만끽한 세대.[EBN]
1980년대생이 리더그룹에서 활약 중이다. 재임 중인 1960~1970년대생 사장 뒤를 맹추격 하고 있다. 80년대생 리더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교차기에 태어나 '전환기'를 만끽한 세대.[EBN]

1980년대생이 리더그룹에서 활약 중이다. 재임 중인 1960~1970년대생 사장 뒤를 맹추격 하고 있다. 80년대생 리더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교차기에 태어나 '전환기'를 만끽한 세대.

이들은 주력 소비층 또래 40대를 공략할 수 있는 차세대 CEO로 등장할 태세다. 이들에 대한 인사는 세대교체를 통한 조직 약진이 필요하다는 이유가 깔려 있다. 대표적인 오너 보험사 교보생명, 한화생명, 현대해상이 그렇다.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 겸 이사회 의장의 장남인 신중하 씨(43)가 입사 10년 만에 지난 11일 상무로 승진했다. 10여 년전만 해도 교보 자회사 과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신중하 그룹데이터전략팀 팀장은 최근 인공지능(AI) 활용·고객의소리(VOC) 겸 그룹경영전략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1981년생인 그는 디지털 혁신과 경영전략을 총괄하는 리더다.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에서 2년간 근무한 그는 2015년 교보생명 자회사 KCA손해사정에 입사한 뒤 2022년 5월 교보생명 차장으로 이동했다.

이후 그룹디지털전환(DT)지원담당, 그룹데이터전략팀장 등을 역임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본격적인 경영 승계라기보다 신창재 의장의 인재 기용 원칙에 따라 경영수업을 받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중하 상무는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들어섰다. 이에 신창재 회장이 교보생명 경영 바통을 신 상무에 넘겨주는 청사진이 그려지게 됐다. 1958년에 설립된 교보생명은 독립운동과 교육보험이란 어젠다로 민족적인 금융사 이미지를 불어넣어왔다.

교보생명은 자금 조달을 위해 새 재무적투자자(FI)를 물색 중이며, 기업공개를 시도하고 지주사 전환을 준비 중이다. 이 과정에서 '민족적 보험사'에서 새 시대에 맞는 이미지 변신도 필요할 것이다. 언제까지 ‘민족성’ '국뽕'에 기댈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한화생명과 현대해상도 오너 3세가 전면에 자리했다. 모두 1980년대생인 데다 글로벌 사업 확장, 디지털 혁신 등 신사업을 개척해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 1985년생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39)은 미국 예일대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했다. 2016년 한화L&C에서 한화생명 사장으로 이동했다. 2019년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 설립을 주도하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시장 진출을 이끌었다는 평이다.

대표이사 여승주 부회장은 김동원 후계자에게 교육과 승진 등을 통해 경영실무 전반을 물려주고 있는 모양새다. 2004년 한화그룹 상무보로 입사한 여 부회장은 20여년한화그룹 요직을 맡은 '한화맨'이다. 한화생명과 한화투자증권 대표를 역임했다. 비록 보험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화그룹 실정에 맡게 한화생명을 꾸려온 것으로 풀이된다.

3세 경영자들이 젊은 나이에 최고경영자가 되어 ‘자리의 무게’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까. 매사 판단해야 하며 조직을 이끌어 간다는 게 어디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지 않는가.[EBN]
3세 경영자들이 젊은 나이에 최고경영자가 되어 ‘자리의 무게’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까. 매사 판단해야 하며 조직을 이끌어 간다는 게 어디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지 않는가.[EBN]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38)는 1986년생으로, 고려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뒤 지난해 12월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로 현대해상에 합류했다.

입사 전엔 소셜벤처 지원 비영리법인 루트임팩트, 사회적 가치 투자사 HGI 등을 설립하는 등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는 등 독자적인 경영을 경험했다. 현대해상에서는 최근 중요해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주도하고, 디지털 혁신 작업을 수행 중이다. 30대 젊은 CSO로서 현대해상의 차세대 리더로 경영 수업을 또한 받는 셈이다.

이같은 보험사에는 '신구대립' 혹은 '세대교체'라는 키워드가 거론된다. 교보생명은 ‘올드맨’ 신창재 대표이사(1953년생)와 조대규 대표이사(1964년생)가 이끌고 있다. 한화생명은 여승주 대표이사 부회장(1960년생), 현대해상 조용일 대표이사 부회장(1958년생), 이성재 대표이사 사장(1960년생)가 진두지휘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보험권 세대교체 바람이 당면과제라고 받아들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너가문 젊은 경영자에 대한 우려를 보인다.

보험사는 매달 '짠내나는' 영업을 통해 실적을 달성하는 구조다. 오너 3세들이 이런 고달픈 영업에는 관심이 적다. 일부에서는 보험사 영업의 미래가 걱정이라고 3세 경영인들의 유약함을 지적한다.

특히 이들 3세 경영자들이 젊은 나이에 최고경영자가 되어 ‘자리의 무게’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까. 매사 판단해야 하며 조직을 이끌어 간다는 게 어디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업계에서는 이들 젊은 경영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이들이 40대를 맞으면서 세상물정을 알 때가 됐다지만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재계의 속설을 고려할 때 젊은 시절에 총수가 된다는 것은 자칫하면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좋게 보이지 만은 않는다.

사회학에 따르면 1980년대생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교차기에 태어나 '전환기'를 만끽한 세대다. 청소년기에 서태지와 아이들, 신승훈, 이승환, H.O.T., 젝스키스, S.E.S., 핑클로 대표되는 1세대 아이돌 그룹들에 열광했다. 또 이전 세대가 겪던 배고픔과 가난을 모르고 경제성장의 풍요로움과 민주주의를 맘껏 누린 세대다.

금융권에서는 "오너가 자제들은 경영학 석사(MBA)를 밟은 미국파와 명문대 출신으로, 기업의 인수·합병(M&A), 디지털 등 폼 나고 멋진 일로 돈을 쉽게 버는 데만 관심을 쏟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주주 아버지가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은 자본주의의 핵심가치로 논쟁이 필요 없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3세들의 경영 대물림은 당사자는 물론이고 보험사 경영에 불행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여태껏 상당수 재벌들이 창업주에 이은 2세 체제에서 추락한 것만 봐도 검증 안된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게 얼마나 모험적인가. 가문의 오욕은 차치하고 수만명의 직원들, 국가 경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주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기업은 소꿉장난 놀이터가 아니다. 

물론 3세 오너들이 보신주의에 물든 전문경영인들보다 경쟁력도 많은게 사실이다. 오너로서의 책임감이 핵심이다. 또 정보력, 추진력, 변화와 환경에 즉각 대응하는 젊은 감각, 부모의 지지와 핏줄 등은 우월한 힘이다. 

하지만 40대 3세들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철저한 경영수업을 거쳐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훈련 과정을 거치치 않고서는 좋은 핏줄을 타고났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 경영이 보장되는 게 아니지 않는가. 교보생명, 한화생명, 현대해상 등 오너 보험사가 새겨 들어야할 이야기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사를 단행한 현대해상에서 오너 3세쪽 젊은 리더와 기존 올드보이 간의 기싸움이 치열했다고 들었다"면서 "조직이 비대하기로 유명한 대형사 현대해상에서 젊고 빠른 80년대생 리더로서 승부를 보려했지만 경륜이 부족하고 실무지식, 조직 장악력까지 떨어지니 기존 올드보이 임원들이 잔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대 창업주가 상생을 추구하고 열정을 쏟는 조직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3세와 4세 자녀들은 실적 없으면 도려내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행동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렇다보니 늘 조직 내 풍파가 따르고 혼란과 줄서기 등 사내정치가 난무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이는 "오너가 자제 주변에는 돈 냄새 맡고 몰려든 ‘파리떼’들이 끊임없이 들끓는데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기 십상"이라며 "어설픈 혁신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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